[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13>지나친 길거리 애정표현
이처럼 도가 넘은 ‘길거리 애정행각’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학교는 물론이고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에서 민망한 스킨십 장면을 봤다는 목격담이 쏟아진다. 동영상 사이트에는 이런 장면을 찍은 영상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6일 오후 7시경 취재팀이 찾은 서울 종로구 일대 버스정류장에서는 우산 밑에서 포옹하고 있는 연인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진한 입맞춤은 물론이고 과감하게 스킨십까지 하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박슬기 씨(29·여)는 “가벼운 키스로 배웅하는 모습은 ‘예쁘다’는 인상을 받지만 그 이상이면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눈치 보지 않고 애정표현을 하는 것이 더 멋있는 연애라고 착각하는 젊은 커플도 많아졌다”며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어른들이 길거리 애정행각을 지적하면 오히려 ‘지나친 간섭’이라며 욕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애정행각은 법적으로 처벌하기도 어렵다. 형법상 공연음란죄는 공공장소에서의 성기 노출이나 성행위 등에만 적용된다. 결국 당사자들이 주변 사람들을 배려해 스스로 애정표현의 선을 지켜야 한다.
결혼을 20여 일 앞둔 권모 씨(31)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진한 스킨십을 하고 그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버젓이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며 “내가 이런 ‘민폐 커플’이 되지 않으려고 공공장소에선 애정표현을 자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