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 집도 없이 짚으로 이엉 엮은
초분 옆에 살던 버버리, 말이라곤 어버버버버밖에 모르던 그 여자는
동네 초상이 나면 귀신같이 알고 와서 곡했네
옷 한 벌 얻어 입고 때 되면 밥 얻어먹고 내내 울었네
덕지덕지 껴입은 품에서 서리서리 풀려나오는 구음이 조등을 적셨네
뜻은 알 길 없었지만 으어어 어으으 노래하는 동안은
떼 지어 뒤쫓아 다니던 아이들 돌팔매도 멈췄네
어딜 보는지 종잡을 수 없는 사팔뜨기 같은 눈에서
눈물 떨어지는 동안은 짚으로 둘둘 만 어린아이
풀무덤이 생기면 관도 없는 주검 곁 아주 살았네
으어어 버버버 토닥토닥 아기 재우는 듯 무덤가에 핀
고사리 삐비꽃 억새 철 따라 꽃무덤 장식했네
살아서 죽음과 포개진 그 여잔 꽃 바치러 왔네 세상에
노래하러 왔네 맞으러 왔네 대신 울어주러 왔네
어느 해 흰 눈 속에 파묻힌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도 저런 이가 살았네. 지능은 낮고, 용모는 추하고, 말도 행동도 엉망이어서 종잡을 수 없던. 그는 어른들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코흘리개들과 주로 놀았지. 툭하면 놀림당하고 돌 맞았지. 그러고도 히죽히죽 웃기만 했네. 도대체 원한이라곤 모르는 영혼처럼.
시를 읽자니, 어느 시골에나 저런 이들이 하나씩은 있었던 모양이네. 시인의 고향에 살던 그녀는 우는 데 선수였구나. 상가의 곡비(哭婢)가 되어 제 무대를 만난 듯 울다가는, 어느 땐 또 저 애장 터를 갖은 들꽃으로 장식하고 여러 날 엎드려 흐느꼈구나. 여자 몸으로 잉태하지 못한 설움 때문이었을까. 남모르게 아이를 가졌다 놓쳤던 적이 있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녀의 눈물의 근원을 알 수가 없네.
그녀는 말 못하는 혀를 가져서, ‘어버버버버’ 하는 신음과 ‘으어어 어으으’ 하는 ‘구음’밖엔 내지 못하네. 그것은 분절되지 않아 ‘뜻을 알 길 없’는 말. 하지만 나는 신음보다 더 인간의 고통을 잘 전해주는 말을 듣지 못했네. 울음보다 더 인간의 슬픔을 잘 전해주는 말을 알지 못하네. 그래서 그 ‘소리’엔 철부지들의 돌멩이마저 공중에 정지시키는 힘이 들어 있었겠지. 노래하고, 얻어맞고, 모두의 슬픔을 대신 만져주고 떠난 그이는 누구였을까…. 나는 어딘가에서, 하느님은 지상의 상한 정신 안에 비밀히 깃드신단 말을 들은 적이 있네.
이영광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