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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연수]시진핑 선생과 마잉주 선생

입력 | 2015-11-09 03:00:00


7일 열린 중국과 대만의 첫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은 서로를 ‘셴성(先生·선생)’이라 불렀다. 각자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상대방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 두 나라 정상의 고육책(苦肉策)이다. 중국에서 선생은 영어의 ‘미스터(Mr.)’나 한국의 ‘씨’ 같은 일반 경칭이다. 한국에서 선생은 교사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그냥 어른을 칭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선생은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에게만 붙이는 호칭이었다. 옛말에 영의정 셋이 대제학 한 명과 맞먹고, 대제학 셋은 선생 하나, 선생 셋은 처사 한 명과 맞먹는다고 했다. 영의정은 조선시대 가장 높은 벼슬이었고 대제학은 정2품이었지만 대제학은 학문의 최고 권위자로서 종신 근무하는 명예로운 관직이어서 우러러봤다. 이런 대제학보다 존경받는 것이 선생이었고, 선생보다 더 존경받는 사람은 학식이 높으면서도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처사였으니 옛날 선비들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상대를 어떻게 부르느냐는 정치적 관계 설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3년 전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을 ‘그년’이라 했다가 이번에 망신을 당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5자 회담에서 “인상도 좋으신데 그때는 왜 그년 저년 하셨어요?”라고 하자 “죄송합니다”라며 쩔쩔맸다.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와 박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갈등이 심해지자 이동관 홍보수석은 “박근혜 의원”이라고 했다가 친박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당했다.

▷66년 만에 열린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하나의 중국’을 추구하되 해석과 명칭은 각자 알아서 하기로 한 ‘1992년 합의’를 재확인했다.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분단된 현실을 인정하는 정책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시 주석의 말은 우리도 즐겨 쓴다. 중국과 대만은 올해 인적 왕래만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난달 고작 500여 명의 이산가족이 2박 3일 만나고 다시 이별했으니 양안 관계가 부럽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