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선생은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에게만 붙이는 호칭이었다. 옛말에 영의정 셋이 대제학 한 명과 맞먹고, 대제학 셋은 선생 하나, 선생 셋은 처사 한 명과 맞먹는다고 했다. 영의정은 조선시대 가장 높은 벼슬이었고 대제학은 정2품이었지만 대제학은 학문의 최고 권위자로서 종신 근무하는 명예로운 관직이어서 우러러봤다. 이런 대제학보다 존경받는 것이 선생이었고, 선생보다 더 존경받는 사람은 학식이 높으면서도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처사였으니 옛날 선비들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상대를 어떻게 부르느냐는 정치적 관계 설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3년 전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을 ‘그년’이라 했다가 이번에 망신을 당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5자 회담에서 “인상도 좋으신데 그때는 왜 그년 저년 하셨어요?”라고 하자 “죄송합니다”라며 쩔쩔맸다.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와 박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갈등이 심해지자 이동관 홍보수석은 “박근혜 의원”이라고 했다가 친박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당했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