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선 문화부 기자
세상의 모든 책이 사라진 듯 사람들이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21일로 시행 1년이 되는 도서정가제가 책 시장과 독서문화에 미친 영향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다. 무분별한 가격 할인 경쟁으로 치달아온 책 시장을 정상화하고, 독서문화를 성숙시키기 위해 도입된 도서정가제의 길이 아직 멀어 보인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올해 상반기 1만772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9696원)보다 10%나 줄었다. 이 수치는 2003년 통계가 시작된 이래 12년 만에 최저치다. 다른 원인들이 있지만,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가격 할인을 못 받자 책 구입이 준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발돋움을 하기 위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할 한국 사회는 지금 어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월평균 독서량은 1.3권으로 34개 회원국 중 꼴찌다. 최상위인 미국이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이며 중국도 2.6권을 읽는다. 성인의 35%는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이제 과거처럼 책은 소수의 전유물이 된 것 같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뭘까. 지하철이나 대중교통 수단을 보면 얼핏 답이 나온다. 몇 년 전까지 신문이나 책을 읽던 사람들의 손에는 이제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뉴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모든 게 해결된다. 스마트폰은 마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붙들어 그 안에 가둬버리려고 탄생한 블랙홀 같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3시간 39분이나 된다.
또 하나 주목을 끄는 것은 노동시간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노동시간은 연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느라고, 청년들은 스펙을 쌓느라고, 어른들은 일하느라고 책을 읽지 못한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우리가 선진국보다 효율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이제 ‘무작정’ 공부하고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 창의력의 시대에는 책에서 얻어 안에서 곰삭은 지식과 혜안이 중요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 부유하는 파편화된 지식이 쓸모없다는 것을 이제 다 알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