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호사르트作 ‘넵투누스와 암피트리테’
북유럽 르네상스의 기틀을 마련한 얀 호사르트는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접한 로마의 고전 건축과 조각을 회화에 접목시켰다. 남북 르네상스 교류의 물꼬를 튼 것이다. 지금의 프랑스 북부 모뵈주에서 태어난 그는 누드화는 물론이고 모델의 내면까지 생생하게 표현한 초상화의 대가이기도 하다.
바다의 신 넵투누스(포세이돈)와 그의 아내 암피트리테의 이 더블 누드화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우리의 시선을 장악하고 가슴을 술렁이게 할 만큼 외설적이기까지 하다. 당시 신화를 그리는 것은 화가의 표현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방편이었다. 따라서 신을 표현하는 한 누드를 자유롭게 그릴 수 있었다.
암피트리테는 바다의 요정인 50명의 네레이드(님프) 중 한 명이었다. 춤을 추는 그녀를 우연히 보게 된 넵투누스는 한눈에 반해 청혼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상징인 돌고래를 보내 그녀를 설득해 결혼하게 된다. 그들은 반은 사람이고 반은 물고기인 장남 트리톤을 비롯해 자식을 셋 두었다. 바다의 신을 묘사하기 위해 호사르트는 고동을 사용했지만 600년이 지난 지금도 파푸아뉴기니의 원주민 중에는 성기 가리개 장신구를 사용해 남성미와 용맹을 과시하고 있다. 호사르트는 이 그림을 그리고 4년 뒤에는 ‘아담과 이브’의 누드화도 그렸다.
이강원 세계장신구박물관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