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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20년, 케이팝 20년… 가요한류 낳고 키웠다

입력 | 2015-11-11 03:00:00

국제협업 통해 세계 표준에 근접




최근 SM타운 일본 도쿄 콘서트 장면. 보아가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한 지 13년. 가요는 케이팝으로 진화하며 감성적 영토를 넓혀 왔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SM엔터테인먼트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이수만 회장과 임직원, 소속 가수들은 연말 오픈을 앞둔 서울 청담동 SMT 서울에서 지난달 29일 밤 축하연을 열었다. 대외적으론 알리지 않은 행사였다. 1995년 이 회장이 설립한 SM은 한류와 케이팝을 견인했다. 중국 언론이 2000년 H.O.T. 베이징 콘서트에 열광하는 중국인 청소년을 묘사하며 처음 쓴 표현이 ‘한류’였다. 2011년 SM타운 프랑스 파리 콘서트 때 현지 팬들의 플래시몹이 조명되면서 가요 대신 ‘케이팝’이란 단어가 일반화됐다. SM의 20년은 케이팝 20년의 다른 이름이다. 》

2000년 2월 1일 베이징 궁런(工人)체육관에서 열린 H.O.T. 콘서트는 중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가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을 높이긴 했지만 ‘소황제’(1980년대 태어난 중국 외둥이)들이 H.O.T.의 숙소와 공연장 앞에서 줄을 늘어선 채 울부짖는 모습은 중국 사회가 보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중국 언론은 그걸 ‘한류’란 활자로 타전했다. 2002년엔 보아가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오리콘 주간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케이팝 한류가 바다 밖에서 태동한 순간들이다. 그 첫걸음에는 SM엔터테인먼트(SM)가 있었다.

SM은 1989년 SM기획으로 출발했다. 이때 현진영, 틴틴파이브를 기획한 건 전초전에 불과했다. 1995년 이수만 회장이 SM엔터테인먼트로 새 출발을 선언한 뒤 H.O.T.(1996년 데뷔), S.E.S.(1997년 데뷔)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아이돌 그룹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YG엔터테인먼트(세븐 2003년, 빅뱅 2006년 데뷔), JYP(비 2001년, 원더걸스 2007년 데뷔)보다 훨씬 앞섰다.

SM은 체계적인 연습생 육성 시스템, 유럽과 미국의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구입 혹은 주문 제작하거나 공동 작곡하는 글로벌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케이팝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이끌었다. 2011년부터 본격화된 케이팝의 서구권을 포함한 해외 팬덤은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같은 그룹의 독특한 이미지와 음악이 이끌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의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힘’에 주목했다. 그는 “SM은 슈퍼주니어(2005년), 소녀시대(2007년)처럼 대중에게 친숙한 것도 내놓았지만, 대중에게 매우 낯선 콘텐츠를 뚝심 있게 밀어붙여 반복해 성공시켰다”면서 “음악과 패션, 이미지, 마케팅 면에서 종합적인 새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고 평가했다.

H.O.T.와 S.E.S.부터 네 글자 멤버 이름과 ‘동방의 신이 일어난다’는 뜻을 가진 동방신기(2004년), 기묘한 가사와 이미지를 내세운 f(x)(2009년), ‘외계 행성에서 온 초능력자들’이라는 12명(현재 9명)의 다국적 그룹 엑소(2012년)까지. SM의 아이돌은 처음엔 유치하다거나 이상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내 신드롬을 일으킨 경우가 많았다.

해외에 케이팝이 먹힌 것은 이미 세계 표준에 근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M이 도입한 국제협업 시스템을 통해서다. SM은 1998년 S.E.S. 2집에 핀란드 작곡가의 곡을 삽입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 작곡가를 발굴해 음악 제작을 함께 했다. SM은 이제 세계 전역에 500여 명의 작곡가 풀을 갖고 매일 다른 해외 작곡가들을 서울 사옥에 불러 회의와 작·편곡을 한다. 이른바 ‘송 캠프(song camp)’다. 세계에서 매년 수천 곡을 받은 뒤 어울리는 가수의 음반이나 싱글에 퍼즐처럼 맞춰 배치한다. 주로 소수의 국내 작곡가 영감에 의존해 온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도 최근 해외 작곡가 협업이나 퍼블리싱(작사·작곡·편곡자 매니지먼트)에 뛰어들었다. YG 산하의 하이그라운드는 소녀시대, f(x)의 곡을 만든 노르웨이 작곡가 팀 ‘디자인뮤직’과 지난달 송 캠프를 열었다. 디자인뮤직은 경쟁사인 JYP에서 지난달 데뷔한 여성그룹 트와이스의 앨범 작업에도 참여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은 한국 대중문화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음악 기업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커가는 새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한편으론 동방신기에서 탈퇴한 JYJ(김재중 김준수 박유천)와의 소송, 엑소 중국인 멤버 탈퇴 등 일방적 계약 논란과 주류 가요계가 아이돌로 획일화되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계약 문제와 회사의 덩치가 커지는 데 따른 정체성 확립 등이 앞으로 SM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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