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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담따라 쓰레기봉투… 차도로 내몰린 아이들

입력 | 2015-11-1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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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15>몰래 버린 양심




배출일이 아닌 9일 서울 관악구 남부초등학교 인근 인도 위에 쓰레기봉투가 무더기로 버려져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9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관악구 남부초등학교에서 하교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차도로 몰려 나왔다. 학교 담장을 따라 인도가 있지만 쌓여 있는 쓰레기봉투 때문에 제대로 지나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몇몇은 코를 막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날 하루 목격된 쓰레기봉투는 300m 구간에 걸쳐 60여 개. ‘무단투기 적발 시 100만 원’이라고 적힌 현수막 밑에도 20여 개가 쌓여 있었다. 이 동네의 쓰레기 수거일은 화·목·일요일이기 때문에 월요일인 8일 눈에 띈 쓰레기봉투는 24시간 넘게 방치돼 있었다.

불편함과 불쾌함을 넘어 위험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학생들은 자동차가 달려오면 쓰레기로 막힌 인도로 오르지 못하고 길가 옆으로 비켜서야 했다. 폭 3m의 좁은 길에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 적힌 푯말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 학교 5학년 이원우 군(11)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항상 쓰레기봉투가 길가에 있었다”며 “주말에 학교에서 봉사활동으로 쓰레기를 치우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단독주택 밀집 지역마다 골목길에 쓰레기봉투가 아무 때나 버려져 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특히 아파트와 달리 공용 수거장이 설치돼 있지 않아 환경이 더 열악하다. 직장인 박인규 씨(30)는 “이사를 자주 다녔지만 사는 곳마다 쓰레기봉투가 길 한복판에 있는 모습은 비슷했다”며 “주민들이 길에 버려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쓰레기봉투는 원칙적으로 자기 집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특정 장소에 일부 주민이 쓰레기봉투를 쌓다 보면 모두가 따라하기 십상이다. 관악구 관계자는 “수거업체에서 쓰레기봉투를 한 번에 가져가기 위해 모아 놓은 걸 보고 무심코 수거일이 아닌 날에도 가져다 놓는다”며 “매번 단속해 적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

도로를 점령한 쓰레기봉투로 인한 지자체의 고민 역시 깊다. 경고 문구를 부착하고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2013년 8만4498건이었던 서울시의 쓰레기 무단 투기 적발 건수는 2014년 9만9098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단속을 강화해 적발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시민의식이 부족한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재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벌금을 올리거나 단속요원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실시하는 교육뿐 아니라 성인들을 상대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올바른 방법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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