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활 논설위원
개도국 첫 독자 車모델 포니
한국의 5대 글로벌 주력산업인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중에서 자동차와 조선은 정주영을 빼면 생각하기 어렵다. 해외건설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첫 기업인도 정주영이었다. 나는 그의 일생에서 기업을 정치판에 동원한 1992년의 대선 출마와 그룹을 공중분해 직전의 위기로 몰아넣은 2000년 전후의 대북(對北) ‘묻지 마 투자’에는 비판적이다. 그러나 그의 기업가 정신이 수십 년간 우리 경제를 키우고 한국인의 삶을 끌어올린 공로는 몇몇 과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본다.
정주영이 동생 정세영과 함께 현대차의 태동기를 이끌었다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정주영의 무모한 대북 사업으로 위기에 몰린 현대가(家)를 회생시킨 주역이다. 1999년 현대차 회장에 취임한 뒤 어눌한 말투와 독특한 인사 스타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지만 철저한 품질 경영과 역발상 경영으로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5위 자동차그룹으로 끌어올렸다. 지난달 현대차는 미국 유럽 일본을 제외한 자동차회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최근 세계 자동차시장은 대중차보다 고급차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작년까지 5년간 고급차의 연평균 판매 증가율은 10.5%로 대중차 증가율 6.0%를 훨씬 웃돈다. 지난해 일본 도요타의 판매는 2.8% 늘었지만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9.0% 증가했다. 양적으로는 비약적 성장을 했지만 ‘품질이 괜찮은 저가차(低價車)’ 이미지가 여전히 강한 현대차의 방향 전환은 불가피하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77세다. 연령을 감안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명차(名車) 브랜드를 육성해 세계 경쟁업체들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결단은 경영일선에서 마지막으로 던지는 중요한 승부수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은 그가 했지만 마무리를 해야 할 책무는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네시스, 렉서스 따라잡을까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