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시트콤 ‘키친 컨피덴셜’에서 셰프 역을 맡았던 브래들리 쿠퍼가 영화 ‘더 셰프’에서 다시 한 번 고급 레스토랑 주방장을 연기했다. 이가영화사 제공
물론 분위기는 좀 다르다. 편당 약 30분짜리 ‘키친 컨피덴셜’은 코미디다. 자제력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잭, 레스토랑 주인의 딸로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면서 사사건건 잭과 다투는 미미, 바람둥이에 도둑질이 주특기인 부주방장 스티븐, 어리바리한 막내 셰프 짐 등이 한데 빚어내는 기상천외한 사건사고가 중심이다.
그에 비해 ‘더 셰프’는 드라마에 좀 더 집중한다. 예전 동료를 규합해 레스토랑 랭엄을 연 애덤은 미슐랭 3스타를 받겠다는 집착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길 요구하며 직원들을 몰아붙인다. 한편으로는 술과 약물을 끊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홀로 견뎌내야 하는 부담까지 지고 있다. 방탕했던 과거는 다시 발목을 잡는 법. 마약을 사느라 진 빚을 받으려 건달들이 수시로 그를 찾아오고 믿었던 동료는 결정적 순간에 그를 배신한다.
쓰라린 경험에서 배우기라도 한 건지 ‘더 셰프’는 ‘키친 컨피덴셜’의 자리를 빼앗았던 요리 리얼리티가 그동안 공고하게 쌓아올린 셰프에 관한 클리셰를 아낌없이 버무렸다. 셰프가 냅다 소리를 지르며 접시를 던지고 음식을 쓰레기통에 처넣어버리는 장면이 당연하다는 듯 등장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이언 셰프’나 ‘헬스키친’ 같은 요리 리얼리티가 요즘도 조미료 팍팍 쳐서 성업 중인 상황에서 이런 뻔한 레시피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쿠퍼의 설욕전은 그리 승산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