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옴부즈만의 시선 (中)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
하지만 좋은 토양과 풍부한 비료만 있다고 꽃이 만개하는 것이 아니듯, 잘 갖춰진 지원 정책만으로 창업 붐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햇빛 없는 음지나 잡초 무성한 풀밭에서 꽃이 자라기 어렵듯, 무거운 규제에 억눌린 환경에서는 신생 기업들이 좀처럼 성공의 싹을 틔울 수 없다.
최근 간담회에서 만난 한 벤처 창업가가 전한 말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다 국내로 돌아와 벤처기업을 창업한 A 대표는 신생 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창업지원 정책은 한국이 미국보다 몇 배 이상 잘돼 있지만 기업을 하기는 훨씬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과 함께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 준비를 마친 기업에 창업자금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소극적인 지원정책을 넘어 정부가 직접 창업 준비 과정을 돕는 적극적인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스라엘 정부는 인터넷을 통해 창업 희망자가 구상하는 신제품이 이미 생산된 제품은 아닌지, 필요한 부품을 어디서 값싸게 구할 수 있는지 등 시시콜콜한 ‘창업 팁’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제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창조경제의 씨앗을 틔우기 위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목돈과 인맥 없이도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자금 마련부터 거래처와의 계약, 납품 및 판매까지 도와주는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 단계로 전국 14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TIPS창업타운에서 지원을 받은 창업 희망자들이 창업과정에서 경험한 크고 작은 문제들과 해결방안을 업종별, 기업 규모별로 정리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잘 갖춰진 ‘하드웨어’라면 창업기업에 대한 정보제공 플랫폼은 첨단 하드웨어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창업지원정책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뒷받침할 때 우리는 비로소 화려하게 만개한 창업 희망자들이 틔운 창조경제의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