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이 創農의 해법]<4>여성사업가들의 성공사례
2013년 귀농한 김진경 씨(오른쪽)가 어머니와 함께 담근 고추장을 퍼올리고 있다. 김 씨는 매운탕 식당을 하던 가업을 물려받아 전통장 제조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농업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한 6차산업에서도 ‘여풍(女風)’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11일 농식품부가 국내 544개 6차산업 인증기업의 대표를 전수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꼴인 168명(30.9%)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6차산업 인증기업의 상당수가 식품기업”이라며 “여성들이 전통 장(醬) 등 식품 분야에 관심이 많은 만큼 농촌 창업에 나서는 여성의 수도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차산업 창업에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3대(代) 가업 승계를 농촌 창업으로 연결
그러던 중 문경에서 ‘진남매운탕’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 김영희 씨의 전화를 받았다. “진경이 네가 내려와 가업을 이어받았으면 좋겠다.” 외할머니부터 이어온 문경 지역의 전통 있는 식당인 만큼 딸이 물려받아 경영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씨는 2013년 문경으로 돌아갔다. 이후 단순한 매운탕집이던 가게를 고추장 제조까지 하는 기업으로 바꿔 놨다. 김 씨는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가내 비법으로 매운탕에 들어가는 찌개용 고추장을 만들어 사용해 왔다”며 “고추장을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아 2013년 5월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을 연 지 56년이나 된 식당에서 담그는 고추장인 만큼 주재료인 고춧가루는 문경 지역에서 나온 것으로 쓴다. 김 씨는 문경이 오미자와 사과 특산지인 점에 착안해 이들 재료를 살린 고추장도 내놨다. 그가 만든 찌개용 고추장과 오미자고추장, 사과고추장 등은 ‘2014 대한민국 신지식인 인증식’에서 인증을 받기도 했다.
3대까지 가업이 내려가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경영 방식이다. 김 씨는 “내가 대표로 취임하면서 ‘진남’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겠다는 목표를 가졌다”며 “농식품부의 6차산업 인증은 물론 문경 농특산물 추천업체, 전통식품 품질인증 등 다양한 대외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내년 초 고추장을 만드는 체험관을 완공하고, 전통 장류와 관련된 사업을 더 늘릴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 농촌에 6차산업이 퍼지면서 농촌에 돌아오는 젊은 여성도 늘고 있다”며 “이들의 아이디어를 결합할 때 6차산업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창n베리팜 대표 박재숙 씨(왼쪽)가 남편과 함께 사업체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박씨는 귀농 후 복분자와 블루베리 등을 특화재배해 지금은 자발적인 ‘서포터스’까지 가진 6차산업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전북 고창에서 복분자와 블루베리 등을 재배하는 ‘고창n베리팜’의 대표 박재숙 씨(45·여)는 귀농 여성이다. 스스로 “첫 시작은 너무 힘들었다”고 회고하지만, 지금은 연 매출 10억 원의 복분자 농가 및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박 씨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2005년 남편과 함께 귀농했다. 제대로 된 귀농 교육이나 농작물 교육도 받지 않은 채 내려온 것이라 처음에 수확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몇 년 동안 작물 재배에 실패한 뒤 선택한 것이 복분자다.
처음엔 고창군이 밀고 있는 작물이라 심기 시작했지만, 재배하면 할수록 복분자에 매력을 느껴 2008년에는 농촌지역 대학에서 체계적인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때 가공공장과 체험농장을 함께 설치하는 6차산업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 밖에도 여성들이 참여하는 6차산업의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충북 보은의 ‘공식품’은 농촌 여성인 공계순 씨(64)가 대표로 운영하고 있다. 공 씨는 참깨나 들깨를 볶아 기름을 만들면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점에 착안해 볶는 과정 없이 생 깨를 압착한 참기름과 들기름을 만들었다. 이 기름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등 전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