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3>창의와 혁신 넘치는 미국

“창업 아이디어, 여기서 나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 자리 잡은 ‘테크숍’에서 조지프 세구라콘 씨가 드론을 만들고 있다. 기계를 공유하는 테크숍 덕분에 그는 시설 투자비 없이 고객 주문을 받아 시제품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새너제이=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앤서링 엔진은 예를 들어 ‘현재 미국 대통령’이라고 검색하면 ‘버락 오바마’라는 정답 1개만 뜬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뉴스나 블로그가 수두룩하게 검색되던 기존 검색 엔진과 크게 다르다.
그는 이집트에서 대학을 졸업한 2009년에 형과 함께 앤서링 엔진 만들기에 도전했다. 2년 뒤 이집트에서 투자를 받아 직원 4명을 고용해 회사를 차렸다.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에 선택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부 실리콘밸리. 엘파딜 씨는 “2013년에 실리콘밸리로 왔는데 1년이 안 돼 두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실리콘밸리로 온 것을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 ‘공유’ 문화가 만드는 신세계

월 회비 150달러(약 17만4000원·학생 95달러)를 내고 회원으로 등록하면 모든 종류의 기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드론을 만들고 있던 조지프 세구라콘 씨는 “재료비만 있으면 뭐든 만들 수 있다. 사무실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뿌리 깊게 박힌 ‘공유’ 문화는 창업가들의 초창기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개인의 빈방이나 집 전체를 여행객에게 임대해주는 서비스업체인 에어비앤비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
‘지식 공유’도 실리콘밸리에선 일상화돼 있다. 라피 콜레트 테크숍 매니저는 “24시간 컨설턴트 2명이 상주한다. 하지만 더 나은 컨설턴트는 옆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 동료들이다. 이용객들끼리 아무 거리낌 없이 묻고 답을 한다”고 말했다.
○ “규제 들어본 적 없어요”
동영상 제작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 주는 마켓플레이스 ‘비렉트(virect)’를 운영하고 있는 윤치형 대표는 올해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법인을 만들었다. 지난달 15일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에서 만난 윤 씨는 “법인 설립 후 지금까지 어떤 규제도 느끼지 못했다. 미국은 기업 활동과 관련해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최고’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엘파딜 씨에게도 ‘미국에서 규제를 느꼈느냐’고 물었더니 “비자를 만들기 위해 1년이나 고생한 것 말고 사업과 관련한 규제는 하나도 없었다”고 답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공무원을 높게 평가했다. 미국 최대 부동산 회사인 ‘인테로’의 제이슨 트레이너 이사는 “미국 공무원들은 감독자이기보다 세일즈맨에 가깝다. 자신의 지역으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을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오후 10시 50분 팰로앨토 버스정거장. 22번 버스가 도착하자 10여 명이 버스에 올라탔다.
이 버스의 특징은 실리콘밸리의 양대 중심지인 새너제이와 팰로앨토를 24시간 오간다는 것이다. 시간은 편도 2시간, 왕복 4시간 걸린다. 버스비 2달러면 약 2시간 동안 가을밤의 싸늘함을 피해 쪽잠을 잘 수 있고, 4달러면 왕복 4시간에 걸쳐 한밤을 보낼 수 있다.
22번 버스를 호텔삼아 이용하는 이들은 실리콘밸리에 꿈을 안고 왔다가 실패한 사람들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의 채희광 부관장은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만 외부에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내부를 들여다보면 95% 이상의 기업인이 실패한다. 같은 실패를 두 번, 세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면서 조금씩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에 다가간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알티만의 윌슨 대표도 “투자 대상 중 4.4%만 연간 매출액 4000만 달러 이상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나머지는 다 사라진다. 성공신화는 치열한 경쟁과 반복된 실패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마운틴뷰·새너제이·샌프란시스코=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