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슈미트 前 독일총리 1918∼2015

10일(현지 시간)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가 96세 나이로 독일 함부르크 자택에서 타계했다는 소식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성명을 발표했다. 슈미트 전 총리가 재임 시절 프랑스와 정례 경제협력 채널을 가동하면서 오일쇼크에 따른 경제위기를 유럽 통합의 발판으로 삼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서독의 부흥을 이끌면서 ‘최고의 현자(賢者)’로 불리며 독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던 전직 총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타계 소식에 독일은 물론이고 유럽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추모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세계적 비전을 가졌던 독일의 글로벌 총리’(영국 가디언), ‘독일과 프랑스, 유럽의 과거사 화해 협력의 예술가’(프랑스 르몽드), ‘냉전시대 좌파 테러리즘에 맞섰던 합리적인 중도 리더’(월스트리트저널)….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유럽은 정치적 용기로써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던 특별한 인물을 잃었다”고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평화와 통합의 유럽을 설계한 중요한 정치인이 눈을 감았다”고 슬픔을 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인은 후임자인 헬무트 콜 전 총리가 독일 통일이라는 과업을 마무리할 수 있게 기반을 제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슈미트를 ‘세기의 조종사(Pilot of Century)’로 평가했다.
정치계를 떠난 뒤에는 주간지 디 차이트의 공동발행인으로 변신해 저널리스트 겸 저술가로서 국내외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해왔다. “정상회담은 최선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것” 등 ‘촌철살인의 어록’으로 사랑받았다.
고인은 2005년 독일의 정치인, 문화인, 예술인, 체육인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96%의 지지를 받아 ‘최고의 현자’로 선정됐다. ‘애연가’로 유명해 담배와 관련한 일화도 많다. 총리 재직 시 흡연이 허용된 TV 인터뷰에서는 1시간여 방송 동안 담배 10개비를 해치워 화제가 됐으며, 90세가 넘어서도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노익장’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