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예산 2036억원 추가 편성
○ 극심한 가뭄에 4대 강이 ‘구원투수’로 등장
이번 가뭄대책의 핵심인 충남 공주보∼예당지 도수로(導水路) 공사(31km·415억 원)와 경북 상주보 도수로 공사(12km·332억 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일러야 2018년 착공이 가능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3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기점으로 올해 예산을 편성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쳐야 예산을 받을 수 있지만 재난 등 긴급 상황에서는 면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월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가뭄 재해보험비가 나가자 당정은 올해 충남과 인천 등지의 가뭄을 ‘재난급’으로 판단한 것이다.
당정은 조만간 4대 강 물을 농업용수로 확보하는 추가 대책을 또 내놓을 방침이다. 그러나 ‘제2의 4대 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몸을 숙이는 모양새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날 가뭄 대책이 발표되자 “도수로 공사를 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가뭄 극복을 핑계로 제2의 4대 강 사업을 하려는 꼼수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당장 4대 강 지류·지천 사업을 실행하는 데에는 미온적이다. 당초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살리기 사업에는 4대 강과 연결된 하천 5557km를 정비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지류 정비를 해야 ‘거대한 물그릇’으로 표현되는 4대 강 사업이 실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내년 10월까지 진행되는 4대 강 수자원 활용 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4대 강 물의 효율적 활용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판단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다만 가뭄 상황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4대 강 물을 활용하는 사업은 지원할 방침이다.
○ 저수지 준설, 관정 개발 등 가뭄 예산 대폭 증액
당정은 이날 공주보와 상주보 물을 활용하는 것 외에 다양한 가뭄 대책을 내놓았다. 지금보다 가뭄 피해가 극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 봄 영농철 가뭄을 대비한 조치다. 예비비 403억 원을 투입해 올해 안으로 저수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전국 저수지 178곳(423만9000m³)의 준설 공사를 실시한다.
또 4대 강 물을 농업용으로 활용한 첫 사례인 보령댐 도수로 건설 예산도 312억5000만 원 증액했다. 국민안전처는 가뭄을 겪는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관정을 개발하거나 저수지에 물을 대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교부세 259억 원을 별도로 지원한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자발적인 물 절약 노력이 없으면 내년 봄에 가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경태 농식품부 차관보는 “내년 봄 농사철에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에 내놓은 다양한 가뭄대책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며 “농업인 역시 논과 수로에 물 가두기, 모내기 시기 조절 등 물 절약을 위한 활동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