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석 논설위원
산간오지가 ‘밤하늘공원’으로
이는 지자체의 약점을 경쟁력으로 활용해 얻은 결실이다. 태백산맥이 가로지르는 곳에 자리한 영양군은 공장 유치가 힘든 환경을 갖고 있다. 인구도 적고 재정도 열악하지만 다른 지자체처럼 개발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오지 중의 오지’란 불리한 조건을 새 관점에서 바라보았기에 ‘빛 공해와 인공조명으로부터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양질의 밤하늘’로 국제 공인을 받게 된 것이다.
가계도 기업도 나라도 빚더미에 허리가 휜다. 지자체도 예외는 아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자체 부채가 1년 만에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도 지역 홍보 등을 앞세워 지방마다 경쟁적으로 벌인 대형 행사와 축제가 361건. 행사 비용만 3289억 원을 썼다. 연간 2400여 개의 축제가 열리니 유사 중복 행사도 수두룩하다. 경기 충북 충남 경북에서 인삼 축제가, 부산 경기 경남에서 국제보트쇼가 열린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입을 통해 “베끼지 말고 훔쳐라”라는 말이 널리 알려졌다. 인터뷰에서 “피카소가 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했다”고 인용한 것을 계기로 회자됐다. 피카소의 말인지 확실치 않아도 그 기원을 거슬러 가면 시인 T S 엘리엇이 남긴 글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로 연결된다. 어설픈 삼류는 흉내를 내지만 좋은 시인은 모방을 넘어 더 나은 것으로, 다르게 창조한다는 뜻이다.
베끼지 말고 더 낫게 만들라
예술 아닌 지자체에도 적용 가능한 조언 같다. 당장 성과 내기도 바쁜데 그럴 새가 어딨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선 온전한 성과물이 나오기 힘들다는 데 있다. 지역마다 다른 조건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남이 하는 대로 해서 성공할 리 없다. 예술로 버려진 섬을 부활시킨 일본 나오시마 섬을 벤치마킹하는 붐이 생겨났다가 잠잠해진 것도 그런 이유다. 답은 창조적 혁신에 있다. 판박이 축제로 아까운 예산을 까먹기보다 영양군이 그랬듯이 단점조차 남에게 없는 비교우위 자산으로 만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점은 매력의 다른 이름”이란 대사를 어느 일본 드라마에서 들었는데, 지자체에 단점의 또 다른 이름은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