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려면 햇볕이 들어오는 창가가 가장 적합하다. 빛이 부족하다면 조명을 이용한다.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
예전에 전 세계의 건축은 밀폐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집을 지으면서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술력이 부족해서이기도 했겠지만 이보다는 바깥 공기와 안 공기의 소통을 굳이 막으려고 하지 않았던 의도가 더 강하다고 봐야 할 듯하다. 하지만 1902년 윌리스 캐리어가 냉방기를 발명한 후 건축의 미덕도 많이 달라졌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가능하면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부의 공기가 순환만 될 뿐 외부로부터 신선한 공기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사람들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보건기구는 1984년 ‘병든건물증후군’의 심각성을 발표하게 된다. 그런데 이즈음 우주정거장에 사람을 거주시킬 계획을 추진 중인 NASA에서도 같은 고민이 생겼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1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우주인들이 건강을 잃지 않으려면 공기 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때 NASA는 만약 실내공간에서 식물이 살아준다면 공기 정화의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1989년 당시 NASA에 근무하던 식물학자 빌 울버턴 박사에 의해 실내공기를 정화하는 데 탁월하며 실내에서 생존 가능한 식물 연구가 발표된다. 이후 1990년대의 식물시장은 실내식물이라는 새로운 등장으로 한 획을 긋게 된다.
실내식물이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은 생각보다 탁월하다. 카펫, 화학섬유의 옷과 이불, 각종 실내에서 돌아가는 기계, 그리고 우리가 내뿜은 호흡에 의해 실내 공기는 바깥 공기보다 5배에서 10배 정도 더 오염돼 있다. 식물은 흙 속에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한 뒤에 잎의 기공을 통해 다시 내뱉는 순환을 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인체에 해로운 공기를 흡수하고 산소를 다시 내어주는 일도 함께 이뤄진다. 이것이 식물이 공기를 정화하는 간단한 원리다. 뿐만 아니라 실내식물은 천연 가습기 역할도 한다. 식물에게 물을 주면 일부는 식물이 뿌리로 흡수하지만, 또 일부는 공기 중으로 증발되기 때문이다.
이 고마운 식물이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하려면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식물을 구입하기 전에 실내에서 생존 가능한 식물인지를 꼭 물어야 한다. 또 모든 식물은 반드시 광합성 작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햇볕이 들어오는 창가가 가장 적합한 장소가 된다. 창가로부터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 부족한 빛을 조명을 이용해서라도 확보해 주자. 또 관엽식물은 대부분 습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화장실이나 부엌의 창가에 자리를 잡아주는 것도 좋다. 물은 매일 규칙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충분히, 그리고 마를 때까지 기다린 뒤 다시 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