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11월호/‘국산차 대체부품 허용법’ 논란
최근 국회에 발의된 ‘국산차 대체부품 허용법’이 도마에 올랐다. 그간 논란이 돼온 자동차 부품 디자인권의 보호기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내용 때문이다. 부품업체들은 “자동차 부품의 디자인권 보호 기간을 제한하면 이득을 보는 건 소비자가 아니라 보험사와 불량 복제부품 제조업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번 법안의 디자인권 보호기간 제한 조치는 1월부터 시행된 수입자동차 대체부품 인증제가 디자인권 보호 조항에 발목이 잡혀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보험업계와 일부 해외 부품업체의 주장을 수용한 결과다. ‘수입자동차 대체부품 인증제’는 국산차의 4.7배에 달하는 수입차의 순정부품 가격 부담을 줄이고, 자동차보험 손해율(지급보험금의 수입보험료에 대한 비율)을 낮추고자 마련한 제도. 정부가 대체부품의 인증 절차와 기관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시행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정부의 수입차 대체부품 인증제는 실패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부품 제조업체가 대체부품을 만들려면 반드시 디자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디자인 보호권을 신청하면서 대체부품 생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디자인 보호권은 등록 후 20년 간 지키도록 돼 있다.
“중국산 복제품 몰려올 것”
자동차 부품은 기능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사용 감성도 고려해 세심하게 디자인한다.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디자인권 관련 해외 사례가 왜곡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험업계의 주장대로 영국, 헝가리,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가 자동차 부품 디자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국가는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국내 시장점유율이 20% 이하다. 반대로 세계의 주요 자동차 생산국 대부분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권 존속기간을 최소 10년 이상으로 하고 있다. 대체부품 유통이 활성화한 미국은 14년, 자동차 선진국 독일과 일본 등은 20년에 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디자인권이 완화될 경우 중국에서 대량 유입되는 복제품의 국내 유통 단속 근거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외형적으로는 같지만 내구성이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저질 부품이 합법적으로 유통된다면 소비자 안전도 크게 위협받게 된다. 특허청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에서 이뤄지는 무분별한 복제와 ‘짝퉁’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디자인권을 완화한다면 지금까지 해온 단속의 명분조차 스스로 없애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이 기사는 신동아|11월호 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