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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다 하는 회의 화끈한 ‘창조적 마찰’

입력 | 2015-11-12 13:54:00

[신동아 11월호/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집단 창의· 협업 모델 픽사(Pixar) ‘브레인트러스트’
창의적 성과 창출을 위해 구성원 간 집단 창의와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회의를 하고 있지만 성과는 크지 않다. 픽사엔 ‘창조적 마찰’의 장을 열어주는 리더십과 신뢰 문화가 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 개봉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 내 개봉 첫 주 9044만 달러의 오프닝 기록을 세우며 다른 영화들을 압도했다. 이 영화는 ‘토이스토리’로 화려하게 이름을 알린 후 ‘벅스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업’ 등 15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족족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등극시킨 픽사(Pixar)의 새 작품이다.

픽사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관객에게 기대 이상의 기발함과 경이로움을 보여주며 ‘믿고 보는 영화사’라는 브랜드를 형성했다. 이처럼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지속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픽사엔 스티브 잡스가 “내 인생에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이토록 빼곡히 모여 있는 집단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훌륭한 인재가 많다. 그러나 집단 창의와 협업을 통해 이들 인재가 가진 재능 이상의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다는 게 더 큰 성공 요인이다. 픽사의 작업 프로세스를 보면 구성원들이 매우 다양하고 긴밀하게 상호작용함을 알 수 있다. 그 안에는 필요할 때 다양한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받는 집단 창의·협업의 핵심 메커니즘이자 가장 중요한 전통인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가 있다.

브레인트러스트는 픽사를 대표하는 핵심 멤버들과 영화감독과 제작팀이 한 자리에 모여 제작 중인 영화의 이슈나 어려움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자 회의 시스템을 말한다. ‘토이스토리’ 감독 존 레스터, ‘월-E’ 감독 앤드루 스탠튼, ‘몬스터 주식회사’ 감독 리 언크리치 등 픽사의 핵심 멤버 8명이 현재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 제작 핵심 메커니즘


영화감독이나 제작팀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하면 이들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나 별도로 조언을 구하고 싶은 다른 동료를 소집한다. 보통 오전에 지금까지 작업된 내용에 대한 상영회가 열리며 점심식사 후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에서 감독은 영화 진척 상황과 현재 직면한 문제를 설명하고 참석자들로부터 적나라한 의견과 피드백을 받는다. 그 자신이 브레인트러스트 멤버인 ‘인사이드 아웃’의 감독 피트 닥터도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을 여러 차례 하면서 관객이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관객 처지에서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어찌 보면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은 다른 기업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디어 회의나 리뷰 회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종류의 회의는 많지만 기대한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영화제작의 핵심적인 메커니즘으로 자리매김했다.

오스카상을 받은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 감독도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공헌을 해준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픽사의 공동설립자 에드 캣멀 역시 픽사 성공의 핵심 요소로 브레인트러스트를 꼽는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우리가 전혀 모르던 획기적인 제도는 아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되새겨봐야 할, 우리 회의 문화와는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내포돼 있다. 픽사의 집단 창의와 협업은 무엇이 다를까.

형식보다 문화, 분위기


기업 내에서 집단 창의성 또는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많은 기업에서 집단 창의나 협업이라는 명분으로 비생산적 회의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정작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한 우를 범하기도 한다.

실적이나 진척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도 지나치게 많다. 사업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롭게 토론하기보다는 보고를 위한 회의가 많다보니 회의를 위한 문서 작성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회의 문서는 잘 정리돼 있어도 정작 회의 시간에 창의적이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드물어 회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다르다.

픽사 사옥 내부.


첫째, 이슈 해결 중심의 회의다. 단순히 스크리닝이나 진척 상황을 체크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라 창작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동료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덧붙여주는 자리라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픽사의 경영자가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을 소집하기보다 영화감독과 제작팀이 회의를 적극 소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브레인트러스트가 원활하고 생산적으로 운용되는 것은 회의라는 형식에 치중하기보다 평소에도 의견과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상호 교환되고 결합될 수 있는 분위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누가 어느 분야의 전문가인지 알고, 서로 편안한 마음으로 의견을 나누거나 토론하는 문화가 조직 내에 잘 형성되어 있어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이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런 문화는 스티브 잡스가 픽사를 이끌던 시절부터 싹텄다. 잡스는 픽사의 사옥을 설계할 당시 ‘우연한 맞닥뜨림’을 핵심 요소로 삼고, 의도적으로 구성원들이 자주 접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의도 덕분인지 픽사 구성원은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 받고자 하는 팀 관리자에게 사전 승인을 받고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에게 직접 회의 참석을 요청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됐다.

픽사의 작업 현장.


기업들의 회의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집단 창의를 저해하는 문제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피라미드형 위계 문화에서 상급자의 포지션 파워(position power)가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즉, 거의 모든 회의가 상급자 의견 위주로 진행된다. 물론 전문성이 높은 사람이 포지션 파워도 강할 수 있지만, 최근엔 기술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아이디어나 지식의 수준이 반드시 포지션과 비례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회의 결과가 회의 참석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합리적 결론이 아니라 처음부터 위계상 상급자인 리더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정해지는 오류가 쉽게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리더가 제기한 의견이라 해도 실무자들의 판단 아래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 문화에서는 여전히 리더의 의견을 어떻게든 반영시켜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느 조직에나 위계라는 것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픽사에는 이러한 문제가 없었을까. 픽사에서도 처음에는 브레인트러스트가 잘 작동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원인을 살펴보니 픽사의 핵심 전문가들인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들의 권위 때문이었다. 이에 픽사는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을 순전히 동료로서 조언을 주기 위한 자리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고, 그 결과 회의 효과가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다시 말해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는 조언만 해줄 뿐 지위를 앞세워 감독에게 구체적인 일을 지시하진 않는다. 해당 애니메이션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전적으로 그 영화의 감독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보다도 오랫동안 고민하는 영화감독이나 제작팀의 해법이 더 훌륭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에드 캣멀 설립자는 이렇게 말한다.

“픽사가 병원이고 영화가 환자라면, 브레인트러스트는 매우 신뢰가 가는 의사들인 셈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영화감독이나 제작자도 마찬가지로 의사라는 점이다. 문제가 뭔지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통해 의견을 모으는 것일 뿐 환자에 대한 치료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환자의 주치의인 영화감독에게 있다.”

픽시사가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왼쪽부터 ‘몬스터 주식회사’, ‘월 E’, ‘토이스토리’.


일에 초점 맞춘 창조적 갈등


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의 공동 집필 저서인 ‘집단 지성(Collective Genius)’에 따르면, 혁신을 거듭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 상호 신뢰, 상호 존중의 문화를 형성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창조적 갈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는 많은 조직에서 의견충돌 등의 갈등에 대해서는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회의 때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얘기하기 어렵고, 동료 간 조화로운 관계를 중시하다보니 생각이 다르더라도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굽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협업자들 사이에 탄탄한 신뢰가 구축돼 있지 않아 협업을 통한 공동의 목표보다 나 또는 우리 부서가 돋보일 수 있는 일에 중점을 두거나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는 데 급급한 사례도 있다. 개인 간 경쟁을 자극해 성과 극대화를 유도하는 성과주의 인사 풍조가 이런 현실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크리스토퍼 반스 워싱턴대 교수는 팀 간 전투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개인 성과주의를 강조하면 팀 내 소통이 줄고, 협동하기보다 개인 플레이를 하는 행위가 늘어나면서 동료를 돕는 행동이 저하되고 성과의 질도 떨어진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누구나 자신의 일이나 아이디어가 비평받을 때 불쾌해한다. 픽사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빈번했다고 한다. 픽사는 불쾌한 감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드백을 해주는 집단이 자신과 경쟁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임을 강조했다. 또한 브레인트러스트의 핵심적인 가치로 ‘솔직함(candor)’을 강조했다. 즉, 구성원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누구든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픽사의 집단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경영 원칙으로 명확히 했다.

우선 픽사는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의 피드백이나 의견 교환의 장을 통해 그것이 구성원 개인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작품에 무언가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를 형성했다. 의견이 충돌하거나 분위기가 격렬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의 표출일 뿐이고 결과적으로 작품이 더 나아짐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중에 갈등이 생기더라도 관계가 아니라 일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성과를 창출하는 창조적 갈등이 된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발언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에드 캣멀은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에 참석해 모든 참가자가 누구나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정을 갖고 관객 처지에서 솔직하게 비평하되, 그 비평 덕분에 더 건설적인 의견이 오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품이 점점 나아지는걸 보면서 구성원들은 더 늦은 시기에 고객에게 나쁜 평을 받기보다 수정 가능한 시간에 동료들로부터 문제를 지적받고 고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혁신의 場 만드는 리더십


많은 기업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집단 창의나 협업 과정에서 여전히 의사소통을 제약하는 리더를 종종 볼 수 있다. 모든 협업자의 의견을 골고루 경청하기보다 리더가 이미 정해놓은 방향대로 일방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거나 혹은 자신의 생각을 지지해주는 의견 위주로 취사선택해 회의 분위기를 끌고 감으로써 다른 의견들을 제거하는 경우가 그런 예다.

이와는 반대로 의사소통의 장은 잘 만들어놓지만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안이한 태도로 여러 의견을 단순 취합해 어정쩡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물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듣는 것은 중요하지만, 창조적인 결론을 도출하려면 단순히 절충하거나 취합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리더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지적 자극을 이끌어내는 고도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픽사 리더십의 특징은 한마디로 혁신의 장을 만드는 데 뛰어나다는 점이다. 집단 창의성과 관련해 픽사의 리더십을 연구한 린다 힐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혁신을 일으키도록 맥락을 조성해준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즉, 회의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픽사의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의지를 계속 북돋우고 지속적으로 아이디어 교류와 창조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애니메이션 감독은 약 200명이 넘는 스태프를 거느리고 장기간 공동작업을 하면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때 감독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대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수천 개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이를 한 편의 영화로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람의 의견과 제안 의도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스태프의 경험과 능력을 잘 이용하고, 그들 간에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하고 있다.

외롭지 않은 책임자

집단 창의나 협업 과정에서 책임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을 경우, ‘잘되면 내 덕, 안되면 네 탓’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특히 실패할 경우 자칫하면 모든 책임을 다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 누구도 명확하게 책임지지 않으려고 책임을 분산시키기도 한다. 그 결과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며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서로 미루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적당히 일을 처리하고 한발 물러서거나, 일이 잘 될지 안 될지에 대해 눈치를 살핀 후에 숟가락을 얹거나 발뺌하려는 태도도 생겨나 구성원 간 신뢰가 낮아지거나 점점 협업을 불편해하거나 껄끄러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양한 사람의 협업에서 모호해질 수 있는 책임 문제를 픽사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무엇보다 책임관계를 명확히 했다.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들도 감독에게 수정을 지시할 수 없다. 난관이 발생하면 감독이 책임을 지고 해법을 찾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감독을 외롭게 혼자 두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감독이지만, 어려움에 봉착하면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브레인트러스트가 존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픽사 내부에는 실패를 두렵거나 공포스럽게 여기기보다 학습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있다. 실패를 단지 특정인의 책임으로 몰기보다 픽사 모두의 문제로 여기는 문화가 뿌리를 내린 것이다. 잘나가는 픽사도 한때 수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계속 실패하던 시기가 있었다. 실패가 거듭되자 2011년 내부적으로 ‘왜 잇달아 실패하는가’라는 주제로 무거운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잘못을 따지거나 자신을 방어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문제라고 여기고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다. 경영자들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픽사의 가장 큰 장점인 창의성 발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여기고, 브레인트러스트를 통해 역경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함께 헤쳐나간다는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잘못된 ‘집단사고’ 막으려면


회의는 기업에서 집단 창의나 협업을 위한 중요한 시스템이다. 문제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전문가적 역량과 깊은 식견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이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집단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집단사고(group thinking)를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집단 창의와 집단사고를 결정짓는 유의미한 요소로 조직 단결력과 리더십을 지적한 바 있다. 픽사와 다른 기업의 회의 문화의 가장 큰 차이도 바로 여기서 나타나는 듯하다.

고객에게 경이로움을 주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제품을 만들어내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이라는 제도는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있다. 하지만 픽사만의 신뢰 문화와 창조적 마찰의 장을 열어주는 리더십은 쉽게 따라가기 어렵다. 제대로 된 집단 창의와 협업으로 가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박지원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이 기사는 신동아|11월호 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