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봉상’ 논문부문 장려상 수상
12일 서울대에서 열린 제1회 학봉상 시상식에서 논문상 부문 장려상을 받은 요네즈 도쿠야 씨(오른쪽에서 네 번째)를 비롯한 수상자들이 상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2일 제1회 학봉상 시상식에서 논문부문 장려상을 받은 요네즈 도쿠야(米津篤八·57) 씨는 6·25전쟁을 이같이 평가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과 학봉장학회는 재일동포 사업가였던 고 학봉 이기학 와코물산 회장(1928∼2012)을 기리기 위해 올해 학봉상을 제정했다. ‘한일 문화 교류와 양국 관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논문상 부문에서 서울대 국사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요네즈 씨의 ‘일본인 종군기자의 보도와 그 성격’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요네즈 씨는 1982년부터 21년간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로 활동한 언론인 출신이다. 그는 평범한 대학생 시절이던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보도를 보고 한국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요네즈 씨는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보면서 한국 현대사의 복잡함과 역동성이 궁금해졌다”며 “20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많은 시민·학자들을 만나 한국사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반공주의적 관점에서 일본의 군사적 재무장 움직임을 자극하는 경향도 발견됐다. 일본인 종군기자가 유엔군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북한을 비롯한 공산권에 대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요네즈 씨는 “6·25전쟁은 일본에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 줬을 뿐 아니라 식민 지배에 대한 가해자로서 반성할 기회를 놓치게 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의 이 같은 역사 인식이 전후 한국을 대하는 과정에서 고스란히 남아 한일 역사 갈등의 불씨가 됐다고 분석했다.
요네즈 씨는 최근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부정하는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아베 담화가 과거사의 부담을 미래 세대가 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역사는 간단하게 잘라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과거를 잊으면 역사적으로 잘못된 일을 또 저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네즈 씨는 올해 대학원 과정을 마친 후 일본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그는 “재일 한국인의 지위 문제 등 한일 사이에 남겨진 숙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며 “학계·시민단체 등 자리에 관계없이 필요한 곳에서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