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군제’ 쇼핑 축제가 남긴 것]
(1) 모바일이 대세
(2) 전세계 소비자 하나로
(3)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올해 광군제는 알리바바가 행사 이름을 ‘광적으로 즐기는 축제’라는 뜻의 ‘쾅환제(狂歡節)’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즈푸바오(支付寶)의 초당 최대 결제 건수는 8만5900여 건이었으며 하루 동안 7억1000만 건이 결제됐다. 알리바바는 이날 휴대전화만 313만 대를 팔았다. 이 회사는 우유 자동차 사과 TV 견과류 벌꿀 시계 등 8개를 ‘24시간 최대 판매 기록’ 품목으로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광군제는 단지 일회성 화제 행사가 아니라 지구촌에 거대한 전자상거래 시장이 열렸음을 새삼 각인시켜준 행사였다. 중국 시장 진출이 과제인 한국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추렸다.
한국무역협회 최용민 베이징(北京)지부장은 “중국에서 온라인 시장은 한 해가 다르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온라인 시장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공략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②전 세계 소비자를 만나는 길목=홍콩 펑황왕(鳳凰網)은 11일 광군제 참여 소비자들이 총 232개 국가와 지역에 걸쳐 있다고 보도했다. 하루 동안 거의 모든 지구촌 국가의 소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광군제를 통하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회사와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말도 된다.
해외 직구(직접 구매)를 통해 외국 제품을 구입한 중국 소비자들도 3000만 명에 달했다. 외국 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티몰 궈지(國際)’에서 한국 제품 매출 순위는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으며 다음이 독일 호주 순이었다. 한류의 영향으로 의류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번 행사에서 높은 구매 순위에 오른 품목을 세밀히 분석해 그에 상응한 공략이 필요하다.
③온·오프라인을 합쳐라=알리바바는 11일 0시 행사 개시와 함께 처음으로 물건을 구입한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의 소비자에게 그가 구입한 TV를 14분 만에 배달했다며 이를 언론에 알렸다. 인터넷 쇼핑몰은 판매 주문뿐 아니라 배송이나 보험 등 오프라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일관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알리바바의 경우 11일 하루 동안 물류 배송업체 직원만 170만 명, 배송 차량 40만 대, 비행기는 200대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한국에서도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구 사이트를 개설하는 회사가 늘고 있으나 주문만 받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하는 오프라인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 내에서 수백 개의 도시에 물류 택배망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들과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⑤한국, 적극적으로 참여하라=알리바바는 지난해까지는 본사가 있는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 내외신 기자를 초청해 ‘매출 현황 실시간 상황판’을 공개하는 등의 행사를 가졌으나 올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장이었던 ‘수이리팡(水立方)’에서 유명 영화감독이 주관하고 각국 연예인을 초청한 전야제 행사까지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앞으로는 세계 주요국의 도시에서 유사한 행사를 개최해 그야말로 세계적인 프로모션이자 축제로 만들 계획이다.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은 11일 밤 “광군제가 올해로 7회를 끝냈지만 앞으로 93년은 이어가 총 100년을 채울 것”이라며 “5년 내로 런던 뉴욕 파리 바르셀로나 등으로 행사 지역을 확대해 전 세계 축제로 만들겠다”고 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세 번째로 많은 상품을 구입했고, 한류 인기가 높은 한국도 행사를 유치하는 것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광군제를 지켜본 현지 기업인들의 조언이었다.
▼ 한국이 배워야할 점은? ▼
(1) 1년동안 철저히 준비
(2) 제조업체 적극적 참여
한국 유통업계와 정부도 올해 들어 소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할인행사를 준비했지만 중국 광군제와 비교하면 미흡한 점이 많다.
가장 큰 차이점은 철저하고 오랜 준비다. 정부 주도로 보름 만에 기획됐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달리 광군제는 하루 행사를 위해 한 해 동안 공을 들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5월부터 이날을 위해 상품기획과 제품 패키지, 프로모션 개발 등의 준비를 시작했다. 원래 중국 지사에서 맡고 있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본사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10월경 모든 준비가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주로 유통업체들이 세일을 주도하는 우리와 달리 제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경쟁 업체와 차별화한 제품을 내놓기 위해 힘쓰는 것 역시 한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한국은 제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낮다 보니 할인 폭이나 이벤트에도 한계가 있었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했다. 이랜드는 “알리바바는 고객들이 실망할 만한 수준의 제품을 보이는 업체들은 참여를 제한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세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유통학회장인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과)는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 정부 주도로 급박하고 일방적인 할인 행사를 해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독신자를 위한 쇼핑의 날’이라는 분명한 행사 성격과 단 하루 혜택을 제공한다는 제한된 기간 설정 역시 행사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K세일’ 등은 행사 시점과 시기가 애매하고 특색이 없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부)는 “우리도 가정의 달인 5월 등 특별한 축제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일 기간 역시 연중세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장기간 여러 행사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져 집중도가 낮다. 이 교수는 “기간 측면에서도 광군제처럼 파급력을 높일 수 있도록 비교적 짧게 잡아야 한다”며 “불필요하게 긴 세일 기간은 오히려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박선희 teller@donga.com·손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