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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변영욱]금강산에서 날아온 355만원 전화료 고지서

입력 | 2015-11-13 03:00:00


변영욱 사진부 차장

돈이 많이 들었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다. 박제처럼 굳어 있는 한국과 북한 사이의 통신선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즘 기자들이 외국으로 출장을 갈 때 노트북컴퓨터와 함께 꼭 챙기는 장비가 무선인터넷 접속 장비이다. 에그 또는 핫스팟이라고 부르는 명함 크기 장비 하나면 국가별로 속도는 다르지만 오지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4월 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는 위성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에 연결했다.

지난달 말 이산가족 상봉 행사 취재에 회사 후배가 공동취재단의 대표로 선정됐다. 북한에서 사진 전송을 처음 해보게 됐다고 해서 방법을 같이 점검해 봤다. 북한 당국이 취재진의 노트북을 검사하는 마당에 무선인터넷용 장비나 위성전화 휴대는 불가능하다. 무슨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9년 전 북한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기억을 되살려 북한에서 사진을 전송하던 방식을 점검하는데, 그 사이에 통신 상황이 많이 변해 있었다. 예전에는 북한이 제공한 팩스선을 이용해 중국의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의 서버에 접속해서 인터넷 환경을 만든 후 기사와 사진을 송고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었다. 중국의 각 성과 도시별로 수십 개씩의 업체 전화번호가 있었고 그중 하나에 접속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업체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중국에서도 이런 업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무선인터넷이 대중화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본보 전산팀에 확인해보니 국제전화를 이용해 회사 서버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방식이 아직 남아 있었다. 전산팀 직원은 웹 전송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해버린 신문사는 오히려 북한에서 사진 전송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그저 행운을 바랄 수밖에 없다고 후배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제 모든 것은 북한이 전화선을 제대로 제공할지에 달려 있다.

3일 북한이 통일부를 통해 공동취재단에 통신료를 청구했다. 6일간의 국제통화료는 355만5600원이었다. 공동취재단에 제공된 팩스선은 중간에 끊어질 정도로 품질에 문제가 많았다. 기자들이 자기 회사로 전송한 사진은 100장 정도이고 데이터 총량은 전부 합쳐야 1기가바이트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라면 월 3만 원짜리 요금제만 선택해도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는데,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300만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

북한은 ‘통신 주권’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외국인이 외부와 통신을 자유롭게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북한의 내부 방침일 수도 있다. 그러나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시대에 놀라울 정도로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북한의 통신 상황은 아쉽기만 하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는데 ‘우리 민족끼리’만 그대로인 것일까. 안타까운 현실이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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