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11월호/신동아-채널A 공동기획 | ‘新대동여지도’ 기적의 건강밥상] 과도한 음주문화와 서구화한 식단, 각종 스트레스는 예기치 못한 질병을 유발한다. 면역체계 파괴로 인한 당뇨병, 음주나 담석 등으로 생기는 췌장염 등이 대표적이다. 수술 이후에도 꾸준한 식단 조절이 필요한 이러한 질환을 꽃송이버섯과 죽염으로 치료한 이들을 만났다.
‘꽃송이버섯’을 채취하는 김형훈 씨.
◇ 꽃송이버섯
해마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전국 팔도의 산을 누비고 다닌다는 김형훈(55) 씨.
“24년 전부터 제 건강을 지켜준 꽃을 찾고 있어요.”
조경업자로 일하며 댐 건설, 문화재 보수 공사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김씨는 24년 전 어느 날 극심한 복통을 느꼈다. 통증이 너무 심해 제대로 누울 수조차 없었다. 밤마다 뒤척이며 잠을 설치다 새우잠을 자기 일쑤였다. 식사를 하고 나면 토하는 게 다반사.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바늘로 쑤시는 것처럼 죽을 만큼 아팠어요. 서른한 살에 꿈도 잃고 건강도 잃고, 모든 걸 잃었죠.”
아내의 소원 ‘웨딩드레스’
“정말 저세상 가는 줄 알았어요. 죽기 전에 아내 소원 한번 들어주고 싶었죠.”
‘신기한 버섯’의 정체
처음 보는 생김새에 독버섯은 아닐까 잠시 주저하던 김씨. 큰 병을 앓고 난 후여서 그런지 아파서 죽으나 잘못 먹어서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사나이’로서의 감을 믿어보기로 하고 과감하게 입에 넣은 순간, 강렬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다행히 김씨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개운하고 가뿐한 느낌이 들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에서 내려온 김씨는 이 신기한 버섯의 정체가 궁금했다. 당시 농업 관련 기관에서 일하던 친구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이 버섯이 한국에도 있느냐”고 되물었다. 요즘 일본에서 한참 연구 중이라는 이 버섯의 정체는 항암 성분을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진 ‘꽃송이버섯’이었다.
“지금이야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24년 전만 해도 꽃송이버섯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버섯이었어요. 아마 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했을걸요?”
꽃송이버섯은 주로 나무의 뿌리 주변이나 죽은 줄기, 그루터기 등에서 자란다. 흰빛을 띠는 꽃송이버섯을 말리면 진한 갈색으로 변한다.
김치 대신 꽃송이
자연산 꽃송이버섯의 효능을 알게 된 김씨는 매년 꽃송이버섯을 찾아 전국의 산을 헤매고 다녔다. 하지만 여름에서 초가을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버섯이다보니 채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발아한 지 15~20일이 지나야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꽃송이버섯. 500g 미만의 작은 버섯을 그대로 두고 며칠 뒤 다시 찾으면, 성인 얼굴 크기만큼 커다랗게 자란 꽃송이버섯이 김씨를 반겼다. 이렇게 채취한 자연산 꽃송이버섯은 1kg에 무려 100만 원을 호가한다.
“이제는 한번 발견한 곳은 저만의 표시를 해둬요. 초보자들은 그냥 손으로 뜯어가는데, 그렇게 하면 안 돼요. 딸 때도 다 방법이 있어요.”
버섯의 뿌리 부분이 다치지 않도록 가위로 조심스럽게 자른 후 흙을 덮어줘야 내년에도 그 자리에서 또 만나볼 수 있단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두세 달 동안은 만사 제치고 꽃송이버섯을 찾아다닌다는 김씨. 그의 김치냉장고 안에는 김치 대신 꽃송이버섯으로 가득하다. 1년 중 두세 달밖에 피지 않는 귀한 버섯이다보니 한꺼번에 캐서 모아두고, 1년 내내 나눠 먹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한다.
“산속에서 만난 꽃송이버섯 덕분에 지금까지 제가 건강하게 사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이게 바로 기적의 밥상입니다.”
김형훈 씨의 김치냉장고는 김치 대신 꽃송이버섯으로 가득하다.
김형훈 씨의 꽃송이버섯 건강밥상
■꽃송이버섯 차
일반적으로 베타글루칸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이지만, 꽃송이버섯에 함유된 베타글루칸은 수용성이라 소화흡수력이 높다. 또한 꽃송이버섯을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D가 더욱 풍부해져 말린 후 물에 달여 먹으면 좋다.
■꽃송이버섯 발효액
꽃송이버섯과 설탕을 2:1로 섞은 뒤 20일 동안 숙성시킨 후 개봉한다.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으며 생으로 먹을 때와 달리 발효시키면 쌉쌀한 맛이 난다.
■꽃송이버섯 전골
자연산 능이, 표고버섯, 송이버섯 등과 쇠고기를 냄비에 담은 후 꽃송이버섯 발효액을 한 숟가락 더해 감칠맛을 낸다. 꽃송이버섯은 생으로도 먹을 수 있으므로 한소끔 끓인 후 마지막에 넣어 살짝만 익혀낸다.
■꽃송이버섯 말이
얇게 썬 소고기에 꽃송이버섯과 각종 채소를 채 썰어 넣고 김밥처럼 돌돌 말아 팬에 굽는다. 꽃송이버섯을 생으로 먹을 때는 칼을 쓰는 것보다 손으로 찢는 것이 더 좋은 식감을 낸다.
◇ 죽염
혈당수치 320mg/dl
부산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던 남편 권씨는 이른 나이에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자연히 책임감도 늘었다. 하루 2교대로 18시간 이상 운전을 하는 것은 기본. 손님을 태우고 운행하다보면 제시간에 맞춰 식사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다. 평소 건강에는 신경 안 쓰고 입맛에 맞는 음식만 찾던 권씨는 그마저 과자나 빵으로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야간 운전을 자주 하다보니 늘 피곤하고 졸음도 쏟아지고…그때마다 커피를 계속 마셨죠. 하루에 자판기 커피를 30잔 넘게 마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는 조금 다른 피로감이 찾아왔다. 엄청난 졸음이 몰려오면서 갈증도 났다. 날이 갈수록 식욕도 없어지고 짜증만 늘어 아내와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가마에서 1500℃ 전후의 고온으로 구워낸 죽염을 들고 있는 권오민 씨. .
가족과 생이별
일상조차 흔들리자 급기야 병원을 찾은 권씨. 혈액검사 결과 혈당수치 320mg/dl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입이 딱 벌어졌다. 정상치인 100mg/dl의 3배가 넘었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년 뒤 재검사를 받으면서 당뇨 합병증인 간염이 발견된 것. 순간 당뇨로 오랫동안 고생하다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당뇨와 중풍으로 사망한 형들에 대한 아픈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병원에서는 별다른 약이 없으니 그저 잘 먹으라고만 했다. 하지만 당뇨는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도 없는 질병이었다.
“의사의 말은 이해가 갔지만, 실생활에서는 전혀 적용이 안 되는 거예요. 내 몸은 하나인데 잘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려 먹을 수도 없고….”
우선 무질서하던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잇몸이 붓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때도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당뇨 합병증으로 이번엔 풍치가 찾아온 것이다. 풍치는 앞니를 제외한 8개의 치아를 앗아갔다. 고작 서른한 살의 일이었다.
그렇다고 병원에 자신의 목숨을 내맡겨둘 수도 없었다. 한번은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간호사가 주사를 놓는 순간, 원인을 알 수 없는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게 바로 저승 가는 길이구나’ 싶었어요. 그 뒤로는 겁이 나서 병원을 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산으로 들어가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이후 홀로 지금의 산속으로 들어오게 된 권씨. 당시 부산에서 작은 분식점을 하던 아내를 아무것도 없는 산속으로 데려와 고생시킬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내, 아이들과 생이별을 했다.
이때 죽염을 만들던 지인이 권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죽염을 권했다. 죽염으로 양치하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그렇게 죽염과의 첫 인연이 시작됐다. 권씨는 그날 이후 죽염으로 양치하고, 밥상 위 소금도 죽염으로 바꿨다. 한두 달쯤 지났을까. 잇몸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더니 3개월쯤 지나자 피로감이 줄어들고 몸도 가벼워졌다.
죽염의 매력에 푹 빠진 권씨는 지인을 도와 죽염을 만들었다. 그러다 7년 전부터 혼자서 죽염을 굽기 시작했다. 대나무는 경남 사천에서 실어오고, 장작으로 쓸 썩은 소나무는 근처의 산에서 직접 주워왔다. 예전에 아팠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30kg이 넘는 고목을 지고 나르는 것도 이제는 거뜬하단다.
좋은 죽염을 만드는 데 필수인 것이 대나무, 천일염, 황토. 대나무 안에 천일염을 가득 채우고 황토로 입구를 막은 뒤 가마에서 12~15시간을 굽는다. 이렇게 하면 대나무는 연료가 돼 타버리고 단단해진 소금 기둥만 남는다. 이 과정을 8번 반복한 뒤 마지막으로 고온에서 한 번 더 녹인 후 식혀야만 제대로 된 ‘9회 죽염’이 완성된다.
권오민 씨가 아내 안세희(오른쪽) 씨의 도움을 받아 가마에 죽염통을 넣는다.
“죽염은 내 삶의 전부”
“체구도 작은데 힘들게 일하는 걸 보면 안쓰러워요. 그래도 남편이 실제 건강에 도움을 받아서인지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면서 해요.”
부산에 떨어져 있던 아내 안씨도 3년 전부터는 산속에 들어와 함께 지낸다. 이들 부부가 함께 살기 위해 지은 집 바로 옆에는 권씨가 7년 전 산속에 홀로 들어와 생활하던 컨테이너가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구형 라디오에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듯 음악이 흘러나온다.
“옛날에는 TV도 없었고, 유일하게 친구가 돼준 게 이 라디오였어요.”
요즘도 하루 걸러 혈당 체크를 한다는 권씨. 좋아하던 믹스커피 대신 연한 원두커피를 마시고, 밥상 위 모든 음식은 소량의 죽염으로 간을 맞춘다. 그 덕분인지 요즘 혈당수치는 90~100mg/dl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다.
“죽염을 약처럼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 양치, 목욕 등 생활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어요. 죽염 덕분에 제 인생도 많이 바뀌었죠. 이제는 제 삶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권오민 씨의 죽염 건강밥상
■죽염수
■죽통밥
대나무 통에 불린 잡곡을 넣고 콩, 밤, 대추, 잣 등 각종 견과류를 올린 다음 소량의 죽염으로 간을 맞춘다. 면 보자기를 씌워 압력밥솥에서 30~40분 찌면 죽통밥이 완성된다. 밥에 스며든 대나무의 ‘죽여’와 ‘죽력’ 성분은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다.
■유황오리 죽염된장
※ 이 글은 개인의 체험담으로, 의학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김경민 | 채널A 방송작가
<이 기사는 신동아|11월호 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