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정형돈이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오래전부터 앓아 왔던 불안장애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방송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TV에서 유쾌하고 활기찬 모습만 대했던 시청자들의 놀라움이 컸다. 불안장애란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신경계가 경보장치를 작동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극도의 불안 공포감과 함께 불면증 호흡곤란 같은 신체 증상을 동반해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다. 연예인 이경규 김장훈 등이 치료받은 공황장애,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남자 주인공이 앓은 강박장애 등이 여기 포함된다.
▷회사원에서 개그맨으로 전직한 정형돈은 2009년 ‘사소한 것 하나부터 너무나 다른 남녀’의 심리를 다룬 ‘남녀탐구생활’에서 우리 시대 평범한 남성상을 싱크로율 100%로 연기했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무한도전’ 등에서 스타 MC로 떠올랐다. 햇볕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것일까. 3년 전 ‘힐링캠프’에서 그는 “운 좋게 잘되다 보니까 내 밑천이 드러날까 봐 미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불안하다”며 불안장애를 털어놓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