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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농업 기술도 꿰어야 보배

입력 | 2015-11-16 03:00:00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백열전구를 발명한 사람은 토머스 에디슨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그러나 그보다 70여 년 앞서 전구를 만든 험프리 데이비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단지 촛불 4000개에 달하는 엄청난 밝기 때문에 가정용으로 쓰이지 못했을 뿐인데 말이다.

에디슨이 명성을 얻은 건 집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밝기의 전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필라멘트 소재로 백금, 사람의 머리카락과 수염 등 6000가지를 검토했고 1200번의 실패를 맛봐야 했다. 수많은 이가 전구의 대중화를 위해 연구했지만 결국 에디슨이 실용화에 성공하면서 최후의 승자이자 최초의 백열전구 발명가로 남게 됐다.

전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거나 좀 더 쓸모 있게 바꾸는 연구와 개발, 연구자의 피와 땀의 결실이 어디엔가 쓰인다면 그 가치는 배가된다. 이에 반해 그 기술을 아무도 쓰려 하지 않는다면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연구 성과의 가치는 개발부터 실용화까지 일련의 과정이 성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농촌진흥청도 해마다 새로운 품종과 특허, 영농 기술 등 많은 연구 개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새로 만든 구슬의 양보다 이를 어떻게 꿰어 보배를 만들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개발한 농업 기술을 산업체에 이전하고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해 2009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설립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기술 개발에 앞서 대국민 기술 수요 조사를 실시해 연구 과제에 반영하고, 기술이전설명회 등 맞춤형 기술 마케팅도 추진하고 있다. 민간 농업 기술 사업화 촉진을 위해 농업인이나 산업체가 개발한 기술의 특허출원 비용도 지원한다. 또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시제품부터 양산 단계, 국내 판로 개척은 물론 수출까지 지원함으로써 매출 증대를 돕고 있다.

실용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경북 경주의 명물 ‘황남빵’이다. 요즘 들어 황남빵은 향이 강하고 앙금의 색도 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겉모습은 그대론데 뭐가 달라진 걸까? 주원료인 팥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아라리’ 품종으로 바꿨다. 2012년 황남빵 품질 평가회에서 처음 선보인 뒤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아 점차 사용량을 늘리다가 올해부터는 전량 아라리 팥을 사용해 앙금을 만들고 있다. 그 양이 300 t에 달한다.

전통주용으로 개발한 ‘설갱’ 벼는 2007년 이후 계약 재배로 총 1120억 원가량의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즉석 밥에 쓰이는 ‘보람찬’ 벼도 수량이 많고 가공하기 좋아 2011년 127ha이던 재배 면적이 3년 새 531ha로 늘었으며, 생산량 전부를 기업에서 수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기술 사업화 단계에서 자금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 예산 중 사업화 예산을 늘리고, 신규 기금을 마련하는 등 안정적인 재원 확보도 절실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도 현장에 필요한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은 희망찬 농업, 활기찬 농촌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다. 농업의 경쟁력은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다. 기술 개발로 농업인에게 힘이 되고, 그 힘이 농업의 경쟁력이 되도록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바란다.

이양호 농촌진흥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