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정치부
김 대표는 13일 비공개 회의에서 “문 대표가 초선 의원으로 정치 경험이 없어 협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주요 당직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의 협상력은 얼마나 대단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야당이 비례대표를 줄이는 대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자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동의해주면 검토해 보겠다”고 역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이 김 대표의 제안을 거부하자 바로 ‘없던 일’이 됐다.
야당은 여야 협상이 벽에 막힐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을 지목한다. 새누리당이 ‘청와대 오더’에 갇혀 경직돼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스스로 돌아보라. 의원 정수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일 수 없다면서 호남의 지역구 축소도 수용할 수 없다니 이런 경직된 협상이 어디 있는가. 요즘 문 대표는 호남 지지율 추락에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여당이 ‘유승민 트라우마’로 협상의 유연함을 잃었다면 야당은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에 사로잡혀 자기모순을 보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야가 서로 남 탓 공방을 하는 사이에 자신이 출마할 지역구조차 불안정한 정치 신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현역 기득권의 높은 벽만 실감할 뿐이다. 양보와 타협과는 담을 쌓은 것 같은 초선 야당 대표와 5선 여당 대표의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재명·정치부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