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해방구’ 된 광화문]
일부 시위대는 차벽 위에 올라가 있는 경찰을 끌어내리려고 사다리를 사용하며 폭력을 휘둘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 위원장은 오후 4시 다시 서울광장 단상에 올라 “지금부터 밤늦게까지 서울 도심 곳곳을 노동자의 거리로 만들자. 노동자와 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넘어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차벽 위에 올라가 있는 경찰을 끌어내리려고 사다리를 사용하며 폭력을 휘둘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시위대는 밧줄을 꺼내 들고 경찰 버스에 다가섰다. 시위대는 버스 전면 하단 견인용 걸개나 바퀴의 휠에 밧줄을 묶었다. 이어 목장갑을 낀 시위대 30여 명이 달라붙어 마치 줄다리기 하듯 버스를 끌어냈다. 과거 시위에서도 등장했지만 이날 시위 때는 과거보다 많은 인원이 매달릴 수 있도록 훨씬 긴 밧줄이 쓰였다. 구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버스를 당기고 체계적으로 사람을 바꿔가며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과 물대포를 쐈지만 시위대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찰 버스 5대가 끌려나왔다.
차벽 높이와 비슷한 길이의 사다리도 등장했다. 시위대는 차벽에 사다리를 걸지 못하자 이를 저지하는 경찰을 사다리로 공격했다. 쇠파이프나 각목을 버스 유리창 틈으로 강하게 찔러 넣어 경찰에게 부상을 입히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나왔다. 경찰 버스 유리를 깨고 타이어를 펑크 내는 데는 노루발못뽑이가 사용됐다.
오후 6시 20분경 종로구청 사거리에 세워진 경찰 버스에 한 집회 참가자가 자신을 가로막은 경찰 버스의 주유구를 열었다. 신문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유구에 집어넣은 뒤 재빠르게 뒤로 몸을 피했다. 다행히 차로 불이 옮겨 붙진 않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일부 시위대는 차벽 위에 올라가 있는 경찰을 끌어내리려고 사다리를 사용하며 폭력을 휘둘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날 경찰은 240여 중대 2만2000여 명과 경찰 버스 700여 대, 차벽 트럭 20대 등을 동원해 3중 저지선을 설치했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11시경에 해산을 선언했지만 일부 시위대는 밤 12시 넘어서까지 시청역 앞에서 농성하다 흩어졌다. 과거 시위에선 일부 시민이 격려하거나 직접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틀에 박힌 반정부 구호와 폭력성으로 얼룩진 이날 집회에선 참여나 격려 대신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시민이 많았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양재영 씨(36)는 “최소한의 질서를 지켜가며 단체행동을 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51명을 연행했다. 이 중에는 고등학생 2명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딸 수진 씨(25) 등이 포함됐다. 고등학생은 훈방됐다. 집회에 앞서 주최 측은 미리 ‘연행될 경우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행동요령을 공지했다.
경찰은 폭력행위 주동자를 전원 사법처리하는 한편 주최 측 인사들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권오혁 hyuk@donga.com·김재희 기자 / 김철웅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