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해방구’ 된 광화문]
고성호·정치부
시위대가 내건 명분은 ‘노동개악 중단’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등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추진 과제를 반대하기 위한 자리로 ‘아수라장’이 예고된 셈이다. 하지만 ‘갈등 조정자’는 없었다. 여야는 사실상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했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협상 불발의 책임론을 두고 ‘네 탓 공방’에 바빴을 뿐이다.
노동개혁은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지만 연일 목청만 높일 뿐 협상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국민 손으로 뽑은 국회가 사회통합 기능을 상실하다 보니 사회적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혼란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집회 시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는 헌법적 가치다. 하지만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들 불법 폭력 집회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갈등 중재에 나서야 할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여야를 떠나 할 말은 하되 지켜야 할 선은 지켜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국회의 대국민 신뢰지수는 갈수록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