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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걷고 싶은 도시를 그리다

입력 | 2015-11-16 03:00:00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청장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이로 인한 인구 증가, 주택 수요 급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도시는 점차 높이 솟은 고층 건물과 넓은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로 채워졌다. 이처럼 우리 도시는 세계와 견줄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교통사고, 위험한 보행 환경, 환경오염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도시민의 기본적인 보행권을 확보하지 못한 자동차 중심의 도시 개발은 개인 건강의 저하, 이웃과의 단절, 지역공동체의 해체 등도 야기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주목하고 있다.

일명 ‘보행 혁명 거리’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는 센 강 주변의 오르세미술관부터 알마 포구까지 이르는 2.3km의 강변도로를 파리지앵을 위한 보행 공원으로 조성했다. 교통 혼잡을 우려하는 반대가 많았지만,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아진 건강한 파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또한 독일의 환경 수도라 불리는 프라이부르크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중앙역 근처의 차량 출입을 억제하고 보행 공간으로 바꾸자 오히려 사람이 모이면서 상권이 활성화되고 이웃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덤도 얻게 되었다. 미국 내에서 가장 보행 친화적인 도시로 인정받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역시 2010년 가로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보행로, 가로 시설물 등에 대한 설계 기준을 제시해 아름답고 매력적인 가로 공간이 조성되도록 하고 있다. 보행자 도로를 꽃으로, 축제로, 문화로 특화하고 있는 브라질 쿠리치바, 덴마크 코펜하겐 등의 도시도 인상적이다.

이렇듯 걷고 싶은 도시란 차량 중심의 ‘도로(road)’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가로(street)’를 조성한 건강하고 환경 친화적인 매력 있는 도시라 할 수 있겠다.

행정중심복합도시도 이러한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보행 친화 도시를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는 중이다. 보행을 우선으로 하는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골격을 구축하고 401km의 자전거 도로, 공원을 연결하는 168km의 둘레길, 도시문화 상업 거리인 어반 아트리움 등을 조성 중이다. 그 결과 집에서 5∼10분만 걸으면 산 강 호수 그리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날마다 걷고 싶은 행복도시로의 행보가 이미 시작됐다.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