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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동아일보 TV & 여성동아] 하이힐 신은 남자 강동원과 나눈 소소한 대화들

입력 | 2015-11-16 18:28:00


배우 강동원이 ‘검은 사제단’이라는 미스터리 영화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영화 ‘전우치’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윤석과의 남남 케미부터 사제복 덕분에 더 빛나는 실루엣까지, 영화 개봉을 앞두고 그와 얼굴을 맞대고 나눈 이야기들.



11월 5일 베일을 벗는 영화 ‘검은 사제단’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의문의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 믿고 보는 배우로 정평이 난 김윤석(47)과 강동원(34)이 ‘전우치 ’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높인다. 극 중 김윤석은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 신부’로, 강동원은 신학생 ‘최 부제’로 등장해 ‘전우치’에서보다 한층 끈끈하고 아슬아슬한 ‘남남 케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번잡한 패스트푸드점 안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데 사람들 사이 어두운 곳에서 로만 칼라의 사제복을 입은 신부님 한 분이 초조하게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분에게서 세상을 구할 것 같다는 묘한 느낌을 받았고 그게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며 “그 신부님이 영화 속 최 부제”라고 밝혔다. 최 부제에게 주어진 임무가 그만큼 막중함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최 부제 역을 맡아 데뷔 후 처음 사제 연기에 도전한 강동원은 “지난해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이 영화의 원작 격인 감독님의 단편 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봤을 때부터 흥미로웠고, 나중에 감독님이 쓰신 장편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정말 재미있었다”며 “캐릭터보다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에 끌렸고,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낯가리는 천성, 술로 무장 해제시킨 두 선배
사제복을 입었을 때 느낌이 어땠습니까.
사제복을 입기 전에 엄청난 무게감을 느꼈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아는 신부님과 며칠 상담하면서 쉽게 접근할 만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제복 가운데 긴 치마 원피스처럼 생긴 수단을 배우로서 꼭 한번 입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풀었어요. 착용감도 편하고 여성분들에게 무척 좋은 반응을 얻었죠(웃음).

극 중 사제복 차림으로 ‘돈돈이’라는 돼지를 안고 다니던데, 둘이 호흡은 잘 맞았나요.
돈돈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뇌가 마비되는 느낌이었어요. 땅에서 다리가 1cm정도로만 가까워져도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거든요. 예전에 바퀴벌레랑 촬영하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적이 있어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마법 같은 순간이 있었어요. 김윤석 선배님과 나란히 앉아서 촬영을 기다리고 있는데 심심해서 돈돈이 배를 만졌더니 얌전해지면서 무장 해제하고 드러눕는 거예요. 그다음부터 돈돈이의 배를 만지면 얌전하게 굴어 촬영하기가 한결 수월했어요.

실제로 강아지를 안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어요. 반려견을 키우나요.
그 사진 속 강아지가 제 반려견인 것처럼 기사가 났던데, 실은 술을 마실 때 옆 테이블에 있던 개예요. 개가 자꾸 제게 와서 같이 있던 일행이 사진을 찍어줬어요. 그뿐이에요. 제겐 반려견이 없어요.

김윤석 씨와의 ‘남남 케미’도 기대돼요. 원래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고 들었는데 김윤석 씨와는 금세 친해졌나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윤석 선배님을 ‘전우치’ 제작사에서 대본 리딩할 때 처음 뵀어요. 그때 잠깐 보고 나서 전주 세트장에서 한 달 동안 같이 지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제가 그전까지만 해도 다른 연기자들과 잘 어울려 노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낯을 많이 가리고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만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윤석 선배님하고는 쉽게 친해졌어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그 뒤로 선배님과 술도 좀 즐길 수 있게 됐죠.

김윤석 씨가 당시 강동원 씨와 허물없이 지내려고 술로 무장 해제를 시켰는데 도리어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고 하더군요. 강동원 씨가 술이 엄청 세서 김윤석 씨와 ‘의형제’의 송강호 씨도 두 손 두 발 들고 도망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를 술로 무장 해제시킨 분들이 두 선배님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되게 좋았어요. 선배님들을 만난 후 주변의 사람들에게 마음을 많이 열려고 노력해요.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을 찍었을 때와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들 합니다. ‘최 부제’가 아니라 ‘방부제’라고들 할 정도로 동안을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요.
저도 모르겠어요. 하하하. 주변에서 나이를 너무 천천히 먹는 게 아니냐고 하시는데, 제 친구들을 보면 정말 상태가 엉망이에요. 저랑 나이 차가 엄청 나 보여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연예인들은 직업상 외모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서 신체 나이를 더디 먹나봐요.

이번 영화에서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해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종교가 없는 것도 작품에 접근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요.
제가 종교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어 무지에서 시작했어요. 저와 달리 가족들은 대부분 종교가 있어요. 연기하면서 도움 좀 받았지요. 어머니에게 부탁해 신부님과 5일 정도 지낼 기회를 얻었는데, 신부님께서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을 내주셔서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이 캐릭터의 무게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기더군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믿음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종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영화 준비하며 사제 특훈 받고 라틴어 달달 외워
영화 속에서 여러 언어를 구사한다고 들었어요.
4개 국어쯤 했어요. 최 부제가 독일어, 라틴어, 중국어에 능통하다는 설정이에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게 말이 될까 싶었는데, 신부님에게 여쭤보니 사제들은 7가지 언어를 배운다고 하더군요. 그 말씀을 듣고 대사를 더 열심히 익힐 수밖에 없었어요. 근데 라틴어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처음엔 의미가 쉽게 와 닿지 않았어요. 라틴어가 사제들 사이에서 실제로 쓰이는 언어인지, 아니면 영화적으로 설정한 언어인지도 궁금했고요. 신부님에게 여쭤보니, 다들 라틴어를 공부하고 신부님들끼리 모이면 실생활에서도 쓴다고 하셨어요. 라틴어로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보편적으로 쓰는 언어였어요.

촬영을 마치면 대사를 다 잊기 마련인데 라틴어 기도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네요.
라틴어가 너무 생소한 언어여서 평소에도 툭툭 튀어나올 만큼 익숙해지려고 윤석 선배님과 엄청나게 듣고 외우고 말하기를 반복한 덕분이에요. 하하하.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한국에서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새로운 소재를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영화여서 즐겁게 볼 수 있으실 거예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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