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제도 시행 초기라 고객들의 이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 앞서 계좌이동제를 도입한 해외의 사례를 보면 고객들의 ‘충성심’은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영국은 계좌이동제를 확대 시행한 2013년 9월부터 18개월간 175만 건의 계좌 이동이 발생했다. 개별 금융회사별로는 바클레이스가 이 기간 8만 명의 고객을 잃었고, HSBC도 4만8000개 계좌가 빠져나갔다. 반면 중소형 은행인 산탄데르, 핼리팩스는 계좌이동제에 적극 대응해 각각 17만 계좌, 15만7000계좌를 새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호주에서는 한 해 100만 건 이상의 계좌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계좌이동제란 소비자가 주거래 은행을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다른 계좌로 한꺼번에 옮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계좌 이동 건수는 시행 이튿날에는 3만6059건, 셋째 날에는 2만4979건으로 감소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협의가 필요해 이후 계좌 이동 건수를 공표하지 않고 있지만 이후부터 지금까지 일일 계좌 이동 건수는 셋째 날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계좌이동제가 정착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제도로 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전체 자동납부 서비스 중 67%가량을 우선적으로 계좌이동제에 적용했고 올해 말까지 90% 내외, 내년 6월 말까지 전체 자동납부 서비스가 계좌이동제에 적용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계좌이동제 시대를 맞아 금융회사들은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주로 예금과 대출, 카드 등 서로 다른 금융상품을 한데 엮어 혜택을 올려주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17일 IBK주거래카드를 내놨다. 급여가 들어오는 기업은행 계좌를 카드 결제 계좌로 지정하면 카드 사용 금액의 일부를 돌려받고 구입한 품목에 대해 각종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BK기업은행 제공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입출금식 통장을 내놓으며 연금이체 및 관리비 자동이체 등 일부 조건만 만족하면 주거래 고객 우대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모으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