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7월 미국 영국 등 44개 연합국 대표들이 미국 뉴햄프셔 주 브레턴우즈에 모여 새로운 전후(戰後) 국제통화질서를 결정했다. 수명이 다한 금본위제 대신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해서 금과 연동하는 금환본위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이 금과 달러의 교환을 중단한 1971년 8월의 ‘닉슨 쇼크’로 브레턴우즈 체제는 막을 내리지만 그 뒤에도 달러는 세계 최대 기축통화의 자리를 지켰다.
▷‘닉슨 쇼크’에 앞서 1960년대 후반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 급증과 유럽 및 일본의 경제성장으로 세계 통화질서는 위기를 맞는다. 국제거래에 필요한 유동성 수요는 늘어나는데 금의 생산에는 한계가 있고, 달러를 공급하다 보면 미국의 적자를 확대해 달러 신인도가 떨어지는 딜레마가 커졌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긴급 보완책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969년 도입한 특별인출권(SDR)이다.
▷IMF 가맹국은 국제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면 담보 없이 IMF로부터 일정한 한도 내에서 SDR를 꺼내 쓸 수 있다. 유형(有形)의 통화는 아니지만 SDR의 가치는 주요 통화 시세를 가중 평균하는 ‘표준 바스켓 방식’으로 결정한다. 5년마다 SDR 바스켓에 포함된 통화를 리뷰하는데 현재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로 구성돼 있다.
▷2025년까지 위안화를 달러와 경쟁하는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마침내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IMF가 30일 집행이사회에서 위안화를 SDR 통화 바스켓에 추가할 방침을 굳혔다.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격상되는 것이고 위안화의 굴기(굴起), 나아가 중국 금융의 굴기를 의미한다. 위안화가 달러의 패권을 깨고 핵심 기축통화로 자리 잡기에는 장벽과 한계가 많다. 그러나 위안화가 ‘5대 기축통화’에 공식 진입하고 영향력은 달러와 유로에 이은 ‘3대 통화’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금융질서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한국도 외환보유액 운용과 무역결제의 통화 다변화 같은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