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입법 쟁점 합의 실패 비정규직 고용 연장-파견 확대… 노사 모두 전문가그룹 대안 거부 17일 의견 병기해 국회 환노위 제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고용기간 연장과 관련한 전문가그룹의 의견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그룹은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정부안)이 합리적이지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 본인의 신청과 별도로 근로자 대표의 서면 합의도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전문가그룹은 앞서 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6개 뿌리산업(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에 일부 보완장치를 전제로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그룹이 두 쟁점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지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서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것이다.
다만 실태조사단은 17일부터 기간제 및 파견제 사업장 10곳 등을 차례로 방문해 근로자와 사용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당초 계획했던 1000명 이상의 설문조사가 아닌 개별 심층면접조사를 하기로 한 것. 그러나 이런 조사는 정부나 노동계도 수차례 진행한 바 있고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이나 실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야당이 대타협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구속력을 갖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파견 쟁점은 올해 안에 국회 통과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노사정위가 대타협 이후 첫 관문이었던 두 쟁점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앞으로 남겨진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논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노사정위가 아닌 별도의 협의체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노사정위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등 협의체 구성 단계부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어렵더라도 대타협 정신을 존중하고, 노동계와 최대한 협의해서 지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