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tvN의 ‘비밀독서단’ 화제
케이블TV O tvN 북토크쇼 ‘비밀독서단’의 출연진이 책 속의 인상적인 구절을 소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도서들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출판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CJ E&M 제공
요즘 출판계 모임에 가면 ‘비밀독서단’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케이블TV O tvN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으로 ‘갑질’ ‘불안감’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 등 주제별로 책을 소개한 북토크쇼다.
출판계에서 화제가 된 까닭은 이 프로그램에 소개된 책의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 소설 ‘백의 그림자’(민음사)는 3일 방송 이후 일주일간 9000부 이상 판매됐다. 신간이 1쇄(2000부)도 안 팔리는 ‘출판 불황’ 속에서 이변을 일으킨 것. 서효인 시인의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다산책방) 역시 지난달 17일 방송 이후 1만 부 이상 팔렸다.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는 9월 22일 방송 후 출간 3년 만에 대형 서점 일일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3만5000부 이상 판매됐다.
책 선정 과정은 어떻게 될까? 소설가 이문열, 만화가 박재동 등 9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이 주제에 맞춰 고른 책과 시청자들이 추천한 책을 더해 리스트를 작성한다. 이후 출연진이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한다.
출판사가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민음사 관계자는 “제작진의 요청으로 주제에 맞춰 우리 책 몇 권을 추천했다”고 했다. 21세기북스 측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란 정보를 입수해 ‘다윗과 골리앗’ 등 우리 책을 제작진에게 보냈다. 방송에 나간 후 5000부 이상 팔렸다”고 밝혔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읽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비밀독서단’ 사례처럼 스마트폰 시대에도 독자들은 책 정보를 접하고 관심이 생기면 얼마든지 책을 산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동네 서점이 줄고, 언론의 서평이 감소하면서 ‘좋은 책은 팔린다’는 전통적인 공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좋은 책이 독자의 눈에 잘 띄게 만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