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처음 보는 고양이 한 마리가 집마당으로 들어왔다.
그 집은 100세가 넘은 할머니가 76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곳. 갈색과 검정색이 예쁘게 섞인 얌전한 고양이는 마치 친구라도 하러 온 듯 할머니를 졸졸 따라 다녔다. 냥이는 그렇게 매일 같이 찾아왔다. 마음 착하고 예의 바르기까지 한 이 고양이를 할머니도 곧 마음이 들어 했다.
쿠마모토현(熊本?) 타마나시(玉名市) 교외의 논밭이 펼쳐진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의 일이다.
할머니의 딸 케이코씨는 '기르고 있는 냥이가 안 보는 데서는 무얼 하고 있나 알려주면 기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냥이가 자신의 집에 왔을 때 한 행동들을 종이 조각에 적어 챠챠의 목줄에 묶어 보내기 시작했다.
냥이 주인 미츠코씨는 처음 조각 편지를 봤을 때 누가 보냈을까 하고 무척 궁금했다. 몇 번 편지를 보낸 다음 할머니의 딸은 자신이 보낸 것이라 일러 주었다.
이렇게 챠챠는 편지 배달부가 됐다.
'챠챠'는 원래는 산주변에 살던 길냥이였다. 9살 정도로 추정되는 수컷 냥이다. 6년 전 보호소로 와 있다가 타카기씨 부부에 의해 길러지게 됐다.
비오는 날만 빼고 챠챠는 매일 두 차례 할머니를 만나러 온다. 지금까지 2년 반 동안 챠챠가 배달한 편지는 800통이 넘는다. 성실한 우편 배달부로 한눈 파는 일도 없이 담벼락 아래의 좁게 난 길을 따라 얌전히 오고 간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두 가족의 인연은 꽤 깊었다.
타카기씨는 전직 교사였던 할머니의 딸 케이코씨(76)의 제자였다. 또 두 가족 모두 그 옛날 타이완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것도 이웃사촌으로. 할머니의 딸은 타이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지냈는데 타카기씨의 아버지 역시 이웃의 어린아이로 할머니의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는 것이다.
챠챠는 할머니 집으로 그냥 들어 오게 된 걸까? 아니면 보이지 않던 인연의 끈을 다시 이어주려고 온 전령사였던 걸까? 우연이라고 하지만 조금 신기하기도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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