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구단도 동료도 ‘김현수 잡기’ 총력전

입력 | 2015-11-18 05:45:00

두산이 FA 자격을 얻는 김현수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2015 프리미어 12’를 치르고 있는 김현수를 보기 위해 대만까지 날아갔고, 팀 동료 민병헌도 친구를 잡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타격머신’은 두산에 남을까?

단장, 대만까지 날아가 직접 격려
입단동기 민병헌도 잔류 지원사격
“단장님, 제가 할 일은 다했습니다”

“단장님, 전 할 일 다 했습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멀리 대만까지 날아와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기간 동안 소속 선수들을 격려했다. 대표팀 28명 중 두산 소속 선수는 무려 8명.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김 단장은 그 중에서도 딱 한 선수에게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사실 두산 선수들은 대만에서 치러진 조별예선 4경기와 8강전에서 큰 역할을 했다. 김현수가 붙박이 3번타자, 김재호가 주전 유격수를 맡았다. 또 이현승이 마무리투수, 대체선수로 뒤늦게 합류한 장원준이 에이스 역할을 해내며 마운드를 이끌었다. 민병헌과 양의지도 주전경쟁을 벌이며 4강행에 앞장섰고, 오재원과 허경민도 벤치에서 제 몫을 다했다. “두산 없이는 4강 진출이 불가능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6일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벌어진 쿠바와의 8강전 역시 장원준과 이현승이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또 양의지가 홈런을 포함해 3타수 3안타 2타점, 민병헌이 선제결승타를 비롯해 4타수 2안타 1타점, 김현수가 3타수 2안타 1타점, 김재호가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이 뽑은 7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우승팀의 저력을 보여줬다.

김재호는 두산 선수들의 선전 비결에 대해 “아무래도 우승을 하고 나서 그런지 좋은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힘들지만 잘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양의지도 “우리 팀 선수가 많아 서로 이야기하고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쿠바전 직후 덕아웃을 빠져나가는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격려인사를 건넸다. “참 뿌듯하다”며 활짝 웃기도 했다. 14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당당히 주축 멤버로 활약하는 소속 선수들에게 자부심과 함께 고마움을 느낄 만했다.

사실 김 단장은 이미 휴식일에 두산 선수들과 따로 만나 식사를 했다. 이후에도 대만 일정이 끝날 때까지 남아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쿠바전을 마치고 버스로 이동하던 민병헌은 김 단장과 악수를 나누더니 대뜸 “단장님, 제가 할 일은 다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김 단장의 대만 방문 주목적이었던 FA(프리에이전트) 김현수의 잔류 의사 파악을 위해 지원사격에 나섰던 것이다.

민병헌은 며칠 전 식사 자리를 언급하며 “내가 안 먹던 맥주까지 한 잔 마셨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비록 가벼운 맥주 한 잔이었지만, 김현수에게 잔류 의사를 묻고 싶은 김 단장을 옆에서 도운 것이다.

민병헌 또한 2006년 입단 동기인 김현수를 놓치긴 싫은 모양이다. 신고선수 출신인 김현수가 대표팀에선 앞서갔지만, 이제는 민병헌이 함께 대표팀 양쪽 코너 외야를 지키고 있다. 그는 김 단장에게 “(김)현수가 다른 팀에 못 가게 해요”라고 보채더니 이내 “가려면 다른 팀 말고 꼭 해외로 보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버스로 향했다.

타이베이(대만)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