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출간된 ‘눈부신 꽝’은 김연숙 씨의 첫 시집이다. ‘꽝은 당연히 흰빛/지금 그 여자 머리 위를 한번 보세요//눈부신 꽝입니다’ 같은 표제시 등 시 세계가 독특하다. 평론가 황정산 씨는 김 씨의 작품에 대해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일상적인 언어들로 살아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으며 이 긴장이 시를 젊게 만들고 있다”고 평했다. 황정산 평론가가 ‘시 세계가 젊다’고 분석한 시인은 1953년생이다. 예순이 넘은 늦은 나이에 첫 시집을 낸 것도 눈에 띄지만, 약력을 보니 우리 나이로 쉰 살에 시인이 됐다(2002년 데뷔). 등단 자체가 늦었다는 얘기다.
최근 시집 ‘발 달린 벌’을 낸 권기만 씨도 늦깎이 시인이다. 그는 53세였던 3년 전에 등단해 56세인 올해 첫 시집을 갖게 됐다. 시집 원고를 본 평론가 신형철 씨가 추천사를 쓰고 싶다고 자청했을 정도로 평이 좋았다. 시단에서의 중장년 신인들의 등장은, 고령화 시대에 따른 변화이기도 하지만, 탄탄한 교육과정에 힘입은 바 크다. 시인 서효인 씨는 “전국 각지의 문화센터 시 강좌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 창작 교실이 많아진 데다,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인들이 강의를 맡아 수업의 질이 ‘고(高)퀄리티’를 보장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런 시 쓰기 강의에 대한 중장년의 수요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최영미 시인은 올해 관악구청의 시 창작 교실에서 강의를 하면서 “은퇴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시 쓰기를 배우고 싶다며 매주 빠지지 않고 충남 공주의 집과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수업에 참여하셨다. 나이가 드셨는데도 시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령화 시대가 소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사실 소설은 워낙 중노동 작업인 만큼 나이 든 신인이 도전하기는 수월치 않은 영역이다. 치매에 걸린 70대 남자 이야기를 다룬 장편 ‘당신’을 쓴 박범신 씨도, 60대 건축가 사내의 옛 사랑의 기억을 담은 ‘해질 무렵’을 낸 황석영 씨도 모두 70대 작가이지만, 일찍이 청년 때 문학적 이력을 시작한 소설가들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