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호 9단 ● 한상훈 7단 본선 8강 3국 1보(1∼24)
올해 만 마흔 살인 이창호 9단. 국수전에서만 통산 10회 우승을 하며 절대지존의 1인자이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영광이 어느덧 희미해져 버렸다.
국내 랭킹도 30위권으로 밀린 상태. 영원히 갈 것 같았던 이창호 시대도 세월의 도도한 흐름 앞에선 생각보다 일찍 꺾였다.
이 9단의 8강 진출은 4년 만이다. 16강에서 박영훈 9단을 물리친 것도 최근 박 9단의 좋은 컨디션을 감안할 때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8강 상대는 한상훈 7단.
흑을 든 한 7단은 11, 13의 정석을 들고 나온다. 요즘은 흔치 않은 정석. 세력 작전을 미리 구상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 9단은 흑의 구상대로 따라 주는 듯하더니 백 16으로 고개를 들며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힌다. 상대 뜻대론 해 주기 싫다는 뜻이다.
한 7단도 뿔났다. 흑 23으로는 참고도처럼 당초 구상대로 세력을 쌓는 법도 있다. 하지만 상대인 이 9단이 한 번 거부한 것을 다시 되살리긴 싫은 듯 흑 23으로 늘어 전투를 선언한다. 두 대국자의 초반 샅바 싸움이 거칠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