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23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평양 낙랑구 정백2 유치원을 찾았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어린이들 앞엔 ‘USA wheat’라고 쓰인 밀가루 포대가 쌓여 있었다. 미국의 구호물품을 놓고 아이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이를 따라 한 올브라이트는 “나는 북한을 방문한 최초의 미국 국무장관이자 어린이들과 율동을 함께 한 최초의 장관”이라며 활짝 웃었다. 현장 취재를 하던 나는 과거 미국 원조물품을 받고 비슷한 감사 공연을 했을 남쪽 세대가 떠올라 마음이 복잡했다.
▷WFP가 북의 어린이와 임산부를 위해 2013년 7월부터 국제사회에서 모금한 영양지원사업 금액이 8890만 달러로 목표액 1억6780만 달러의 약 53%에 그쳤다. 올해엔 러시아가 600만 달러로 가장 많이 지원했고 스위스(593만 달러), 호주(230만 달러), 한국(200만 달러), 캐나다(160만 달러), 중국(100만 달러) 순으로 냈지만 북을 돕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핵과 미사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에 선뜻 지갑을 열고 싶은 나라가 많겠는가.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