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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판마다 다른 길 갈 수 있어서 좋아해요”

입력 | 2015-11-18 03:00:00

바둑문학상 단편 최우수상 강승체 씨




12일 바둑문학상 시상식에서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강승체 씨. 바둑 말고도 다양한 소재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기원 제공

“유명한 소설가인 성석제 씨가 좋은 평가를 해 줬다는 것만으로도 기쁘죠.”

KAIST 항공우주공학부 4학년 강승체 씨(23)는 최근 한국 현대 바둑 70주년 기념으로 한국기원이 공모한 문학상에서 ‘아일랜드’로 단편부문 최우수상(상금 300만 원)을 수상했다.

성석제 씨는 ‘아일랜드’ 심사평에서 “기발함이나 서늘한 반전, 능란한 서술 방식에서 근래에 읽은 모든 단편소설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기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칭찬했다.

이 소설은 아일랜드의 바둑 카페를 배경으로 바둑 고수인 한 여성의 사연을 다룬 것. 막판 반전이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다

“제가 원하던 결말은 아니었는데, 시간에 쫓겨서 그만….”

그럴 듯하게 얘기할 수도 있는데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바둑 실력은 인터넷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서 4, 5단 정도 됩니다. 글쓰기와 바둑을 좋아해서 바둑 소재 소설을 구상하곤 했는데 이번 바둑문학상에 응모한 건 상금 타면 해외여행 비용으로 쓰려고….”

그는 2년 전 월간 바둑에 평소 썼던 콩트를 보냈는데 이것도 독자 수기로 덜컥 채택돼 지면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초등학교 1∼3학년 때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유로 바둑을 배웠지만 학업을 위해 4학년에 올라가면서 그만뒀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전교에서 한 자릿수 등수 성적을 유지했던 그는 바둑을 둘 여가가 없었다.

“고교 때는 TV를 보지 않았죠. 대학에 입학한 뒤 아버지와 함께 바둑TV를 보다가 불현듯 바둑을 다시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 바둑 동아리에도 가입했고, 지금까지 매일 2, 3판씩은 거르지 않고 뒀어요. 해외에 나가도 스마트폰으로 꼭 둡니다. 입학할 때 실력이 타이젬 1, 2급 정도였는데 많이 늘었어요.”

그가 좋아하는 기사는 이세돌 9단. 틀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데 이 9단의 바둑에선 자유분방함이 느껴져서 좋다고 한다.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도 판마다 다른 길을 갈 수 있어서라고.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포석 단계죠. 일단 ‘글쓰기와 바둑을 좋아하는 공학도’로서 대학원에 가려고 하는데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포석을 잘 짜고 싶어요.”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