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김재호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서도 ‘강한 9번 타자’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생애 최고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그는 “여자친구를 잘 만난 덕”이라며 웃었다. 김재호는 10년 동안 사귄 예비 신부와 다음 달 12일 백년가약을 맺는다. 타이베이=뉴시스
김재호는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오래 기다린 한을 풀기라도 하는 걸까요? 대표팀 9번 타자 김재호는 이번 대회 6경기에 나와 12타수 6안타(타율 0.500), OPS(출루율+장타력) 1.205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맞붙은 8강 경기 때는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대량 득점의 발판을 놓기도 했습니다.
야구에서 9번 타순은 방망이보다 글러브 덕에 먹고사는 ‘수비수’가 들어가는 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생강이 들어가야 풍미를 더하는 요리가 있는 것처럼 잘 치는 타자가 9번에 있으면 공격에 숨통이 트입니다. 테이블세터(1, 2번 타자)도 ‘밥상’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김재호를 다른 9번 타자처럼 얕잡아 보면 안 됩니다. 성적만 보면 김재호는 오히려 1번 타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김재호는 OPS 0.789를 기록했는데 10개 구단 선발 1번 타자의 평균 OPS는 0.784였습니다. OPS보다 많은 분께 친숙한 타율로 따지면 김재호는 0.307로 3번 타자의 평균 타율(0.309)과 비슷했습니다.
그럼 9번 타순이 강해지면서 정말 득점도 늘어났을까요? 두산은 올해 총 807득점으로 득점에서 리그 4위를 차지했습니다. 두산이 ‘타자들의 무덤’인 잠실에서 80경기(안방경기 72+LG 상대 방문경기 8)나 치렀다는 걸 감안하면 칭찬받아 마땅한 기록입니다. 올 시즌 득점 1, 2위 넥센과 삼성도 9번 타순의 OPS가 0.756과 0.770으로 높았습니다.
무명 시절 김재호는 ‘올스타전 출장’ ‘골든글러브 수상’ ‘3할 타율 달성’ ‘국가대표 선발’ ‘한국시리즈 우승’ ‘일본 진출’ 등 여섯 가지를 선수 생활 버킷리스트(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 꼽았다고 합니다. 이 중 네 가지는 이미 이뤘고 올 시즌 골든글러브 수상도 가능한 분위기입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