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오피니언팀 기자
너무나도 진부한 그 질문, ‘그 많던 여학생은 어디로 갔을까’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물론 여성은 결혼, 출산, 육아 부담 등으로 경력 단절이 생긴다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에 태어난 30, 40대 여성들 중엔 성취욕이 강한 이들이 적지 않다. 경력 단절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다른 이유는 없을까.
여성 리더십 전문가로부터 생활용품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여성 차장인 A 씨 사례를 들었다. 남들보다 성실했고 꾀부리지 않고 일했다. 야근과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리와 과장까지는 남자 동기보다 뒤지지 않았지만 부장 승진 심사에서 미끄러졌다. 그는 미혼으로 출산, 육아의 변수는 없었다. 다만 “깍쟁이 같다” “자기 일만 잘하고 남과 일하는 데에 서툴 때도 있다”는 주변의 평가가 걸림돌이었다. 특정 업무를 잘해도 리더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다. 이 전문가는 “A 씨가 팀의 성과를 자신의 성과로 착각하기도 했다. 일하고 싶은 상대가 돼야 한다. 조직에서는 때로 희생할 줄 알고 싫은 걸 참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직장인들에게는 인사철이 시작된다. 나직한 목소리의 최 전 부사장이 한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똑똑한 여자들이 대부분 일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들어요. 하지만 ‘괜찮은 동료’가 되는 게 훨씬 중요하죠. 조직에서 혼자 하는 일은 절대로 없으니까요. 승승장구할 때는 놓치기 쉬운 덕목이지만 말년으로 갈수록 태도가 곧 경쟁력이 됩니다.”
똑똑한 그녀들의 건투를 빈다.
김유영 오피니언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