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시리아 지부 격인 ‘알누스라 전선’을 추종하는 인도네시아인이 어제 국내에서 처음 경찰에 검거됐다. 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지지 활동을 한 알누스라 전선은 결국 알카에다와 손을 잡았지만 최근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를 자행한 이슬람국가(IS)와도 한때 긴밀했다. 위조 여권으로 입국해 8년간 불법 체류한 그는 IS를 지지하는 글도 올렸다. 알누스라 전선의 단순한 추종자인지 아니면 조직원인지를 포함해 IS 연계 여부까지 밝혀야 하나 외국인 신분이어서 수사에 한계가 많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국가정보원은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0년 이후 국제테러조직과 연계됐거나 테러 위험인물로 지목된 국내 체류 외국인 48명을 적발해 추방했다고 보고했다. 이 중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노동자 1명은 출국 후 IS에 가입해 활동하다 올 2월 숨졌다. 이슬람 테러에 동조하는 잠재적인 위험 인물들이 우리 곁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우리 국민 10명이 인터넷을 통해 IS를 공개 지지한 사례를 적발했으나 관계 법령 미비로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파리에서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범이 적발된 터에 시리아인 200명이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해 심사를 받고 있다. 그들 중에 섞여 있을지도 모를 IS 조직원도 새로운 테러 위협 요소다. 국정원은 IS와 북한의 연계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년 테러 방지 예산을 약 1000억 원 증액하기로 했다. 여야는 테러관련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상임위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의견차가 커 갈 길이 멀다. 법을 만들고 예산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테러에 대비하는 정부의 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 국정원은 그제 테러경보를 ‘주의’로 격상하면서 홈페이지에만 게시해 빈축을 샀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도 테러를 강 건너 불처럼 여기는 안이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설립 1주년을 맞는 국민안전처가 대(對)테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테러 대비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프랑스는 연쇄테러 당일 생드니 축구경기장의 시민들이 입장 때 철저한 몸수색에 응하는 불편을 감수한 끝에 더 큰 피해를 예방했다. 글로벌 테러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이 혼연일체로 대비해야 막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