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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새벽 훈련-무슬림 혐오 폭력… 테러가 흔든 미국

입력 | 2015-11-19 03:00:00

‘파리 쇼크’ 거센 후폭풍




파리 테러가 미국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 도심 한가운데에서 전례 없이 테러 대비 새벽 항공훈련이 진행되는가 하면 테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속에 무슬림에 대한 혐오 폭력도 나타나고 있다.

북미지역 영공 방위를 맡고 있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18일(현지 시간) 0시부터 오전 2시 30분까지 워싱턴 상공에서 테러 대비 항공훈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군 F-16 전투기와 민간항공 초계부대 전투기, 해안경비대 소속 MH-65 돌핀 헬리콥터 등이 동원돼 테러 위협을 사전에 적발하고 진압하는 훈련이다. NORAD가 워싱턴 도심을 특정해 훈련을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슬림에 대한 반감도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17일 텍사스 주 오스틴 외곽 이슬람 사원에서는 누군가가 인분을 버리고 꾸란을 찢은 뒤 달아나기도 했다. 이날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일리노이 주 시카고로 향하던 항공기에서는 중동계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승객 4명이 의심을 받고 강제 하차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캐나다에서도 16일 토론토에서 남성 2명이 무슬림 여성 1명을 집단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14일에는 이슬람 사원 방화사건도 일어났다.

미국 비영리단체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1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사회 각 분야에서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변해 동성애자 68%, 흑인 63%, 히스패닉 56%, 여성 53%를 훨씬 앞섰다.

워싱턴 시내는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16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는 사회자가 이례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미리 알려드린다”는 말을 해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파리 테러 후폭풍으로 대선 지형까지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재직 시절 유약한 외교정책 때문에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집단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반면 IS에 대한 강경 조치, 난민수용정책 재검토 등을 주장하는 공화당 대선주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의 맞대결을 가정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40%대 후반에서 중반으로 떨어졌고, 루비오 의원은 40% 초반에서 중반으로 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파리 테러 이후 난민 수용에 대한 미국인들의 거부감이 히틀러의 유대인 인종청소로 이어지기 직전인 1938년과 1939년 유대계 난민 입국에 대한 거부감과 비슷할 정도로 높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재 시리아 난민 수용을 거부한 미국 주는 전체 주의 절반을 넘는 31개까지 늘었다.

여기에 워싱턴 정가에 40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폴 라이언 연방 하원의장이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시리아 난민 수용 거부 법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회와 백악관이 정면충돌 양상까지 치닫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난민 수용 거부는 과잉 반응이며 미국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하고, 백악관이 난민 거부 의사를 표시한 주지사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며 설득하고 있지만 별 무소득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