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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의 직언直口]카카오 ‘표적수사’하면서 무슨 창조경제?

입력 | 2015-11-19 03:00:00


신연수 논설위원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사업을 하는 게 잘못이다.”

요즘 다음카카오의 수난을 보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나오는 한탄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이 회사는 시가총액 7조 원의 ‘대한민국 대표 모바일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샅샅이 털리고 있다.

“감청 거부한 괘씸죄”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1998년 한게임, 2000년 네이버, 2010년 카카오를 설립해 모두 성공시킨 ‘미다스의 손’이다. 그는 200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도박죄의 공소시효 5년이 이미 지났음에도….

이 회사 이석우 전 대표는 카카오 이용자들끼리 음란물을 주고받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혐의로 이달 초 기소됐다. 검찰이 이 죄를 적용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야후의 텀블러, 트위터 등 비슷한 서비스들에 음란물이 수두룩한데 카카오만 수사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결국 14일 회사를 떠났다. 다음카카오는 7년 사이 세무조사를 3번 받았다. 이재웅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는 트위터에 “왜 다음카카오 세무조사는 광우병 사태 후, 세월호 사건 후, 그리고 1년도 안 되어서 메르스 발병 후에 실시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잘못이 있으면 조사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다음카카오는 누군가 개입하고 있다는 ‘기운이 느껴진다’. 이석우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감청영장에 불응한다고 했다가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올해 9, 10월 연속 “포털이 악마의 편집을 통해 진실을 왜곡한다”며 공개 비난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포털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카카오는 이제 대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콘텐츠 편향 논란이나 음란물 유통도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김 의장과 다음카카오가 그런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비판할 부분이 많다. 그렇다고 정부 사정기관들이 일제히 겁박하는 상황은 운 나쁜 한 기업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세계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디지털 전쟁’을 벌이는 시대에 다음카카오는 한국의 대표 선수라서 더 그렇다.

세계는 지금 인터넷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며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4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1850조 원으로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1480조 원을 넘어섰다. 미국 정부는 인터넷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민관(民官)이 한몸이 되어 움직인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저지하기 위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해외 인터넷기업들은 나는데

박근혜 정부는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창조경제’를 내걸었다. ICT를 융합한 고부가가치 산업 개발과 벤처기업 육성이 핵심이다. 창조경제의 깃발을 든 지 2년이 넘었지만 내세울 만한 대표주자 누구를 키웠나? 중국 젊은이들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을, 미국 젊은이들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숭배하는 것처럼 김 의장은 한국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IT 벤처업계의 신화다.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훨훨 날도록 북돋아 주지는 못할망정 정치적 이유로 핍박하면서 어떻게 창조경제를 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