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세수 감소 효과는 작은 반면 효도 장려, 가족 해체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데 모처럼 여야 의견이 일치했다. 세간의 반응은 “참신하다” “나이 먹어서까지 무주택자로 노부모에게 얹혀살란 말인가” 등으로 엇갈린다. 정치권의 ‘친절한 배려’에 혹해 집도 안 사고 부모 모시고 살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진 몰라도, 부모 부양을 조건으로 세금을 깎아준다는 발상이 나올 만큼 3대가 한 지붕 밑에 사는 대가족이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생전 증여를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소비 성향이 높은 젊은 층은 쓰고 싶어도 여윳돈이 없다. 미래가 불안한 고령자들은 돈을 쥐고도 쓰지 않는다. 결국 일본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죽기 전에 자산을 물려주라’며 증여 유도에 나서게 됐다. 요즘은 조부모가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는 ‘세대 건너뛰기 재테크’도 확산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윗세대 도움 없이 자산을 모으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