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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맞으면 두방 때려” 김승기의 ‘깡패 농구’

입력 | 2015-11-19 03:00:00

전창진 감독 사퇴로 느닷없이 ‘대행’… KGC 5연승 이끌며 3위까지 올려놔
안방경기 확실히 잡고 반드시 복수… 개막전 패했던 오리온 23점차 눌러




프로농구 KGC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김승기 감독대행이 17일 안양체육관에서 KGC 선수들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감독대행은 “선수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승부욕과 독기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상대방에게 한 대를 맞았으면, 달려가서 두 대를 때려라.”

프로농구 KGC의 김승기 감독대행(43)이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현역 시절 저돌적인 돌파가 돋보여 ‘터보 가드’로 불린 그는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전창진 감독이 승부조작 논란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코치에서 사령탑이 됐다. 10개 구단 사령탑 중 유일하게 ‘대행’ 꼬리표를 달았지만 승부욕과 독기로 가득한 ‘깡패 농구’로 KGC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KGC는 최근 5연승을 달리며 3위(18일 현재)까지 올랐다. 7일에는 선두 오리온을 23점 차로 대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17일 안양체육관에서 만난 김 대행은 “개막 후 4연패로 꼴찌로 추락했을 때는 머릿속이 백지 상태였다. 그러나 KGC만의 농구 색깔을 찾으려 노력하다 보니 분위기를 바꾸고 상승세도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깡패’라는 별명답게 KGC는 상대를 압박한 뒤 ‘훔치기(가로채기)’에 탁월하다. KGC는 경기당 평균 8.62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역 때는 (경기 중에) 쉬지 않고 공을 뺏으러 다녔다”는 김 대행은 선수들에게 가로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가로채기를 성공하면 사기가 올라가고, 선수 전원이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체력도 비축된다”며 “공을 빼앗으면 그때부터가 공격이다.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은 득점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KGC는 경기당 평균 6.05개(1위)의 속공을 성공시키는 빠른 농구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KGC는 자신의 구역(안방)에서는 상대가 기를 펴지 못하도록 확실히 제압하고 있다. KGC는 지난 시즌부터 안방에서 11연승(이번 시즌 8연승) 행진을 하고 있다. 또 상대 팀으로부터 받은 아픔은 반드시 되갚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막전 패배를 안긴 오리온을 상대로 복수에 성공했고, 2013년 3월 이후 방문 8연패 수모를 안긴 전자랜드한테도 3일 방문경기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김 대행은 “선수들에게 ‘내 자식이 맞고 다니는 꼴은 볼 수 없다. 당한 것 이상으로 갚아 줘라’고 말하며 마음가짐을 다잡게 한다”고 말했다. 그의 눈은 이제 22일 모비스전을 향하고 있다. 김 대행은 “1라운드에서 일주일간 모비스전을 준비했는데 2차 연장 끝에 패했다. 이번에는 꼭 꺾어 보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깡패 농구’ 수장답게 김 대행의 지도 방식도 ‘두목 스타일’이다. 그는 “꼭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엄청 괴롭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가드 김기윤을 많이 혼냈다”고 말했다. 김 대행으로부터 “농구를 그만둬라”는 말까지 들으며 독기를 키운 김기윤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9.19득점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워낙 (선수들에게) 욕을 많이 먹어서 오래 살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김 대행은 “혼을 낸 뒤에 가끔 술도 사주고 잘 달래주기도 한다. 코치 생활을 통해 선수들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웃었다.

김 대행은 “요즘 주위에서 ‘사령탑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칭찬도 해주지만 아직은 코치 습성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감독직을 수행 중이지만 코치 때처럼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다. 혼도 많이 내고…. 내가 발굴한 선수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지도자 생활의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양=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