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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완화 국회서 삐걱… 인터넷銀 먹구름

입력 | 2015-11-20 03:00:00

은행법 개정, 야당반대로 논의중단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으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가 거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내용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 논의를 개시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은산분리 완화는 절대 안 된다는 게 당론”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소 자본금을 현행 1000억 원에서 250억 원으로 낮추고 상호출자제한집단(61개)을 제외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현행 4%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토록 하려면 이들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재벌의 사금고화, 은산 동반 부실화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의 지분 참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한다고 해도 재벌의 사금고화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다른 나라들도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했다. 은산분리 원칙을 유지했던 일본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5%의 지분제한을 풀었고 미국에서도 ILC 제도(1억 달러 이내 규모에서 자산을 운용할 때 산업자본이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산업자본이 소유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유럽은 은산분리 규제가 아예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기로 한 만큼 은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권은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고 하더라도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는 의결권이 제약을 받아 제대로 된 경영이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을 신청한 상당수 기업이 은산분리 완화를 염두에 두고 신청했을 것”이라며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후 추가 증자나 신규 투자 등이 필요할 때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킨 후 은행법이 개정되면 추가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줄 예정이었지만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이 또한 불투명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은행과는 유전자가 다른 집단이 들어와야 혁신적 사업이 가능한 만큼 은행법 개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금융IT학)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시중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ICT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우리가 규제 논쟁을 벌이고 있을 때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을 중국 일본 등에서 선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