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기업의 조직문화는 정말로 여성 친화적일까. 여성 CEO가 재직하고 있는 기업의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작다면 이 가설이 옳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제프리 테이트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등이 이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팀은 우선 남녀 근로자들이 동일한 공장으로 재취업한 사례를 추려내고, 그곳의 조직문화가 남녀의 임금 격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폈다. 1993∼2001년 미국 내 23개 주 46만1449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다음의 내용을 발견했다.
첫째, 새로운 공장으로 옮길 때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대략 5% 정도의 추가적인 임금 손실을 감내했다. 새로 이직한 공장의 상위 직급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남녀 간 임금 손실의 차는 절반 정도로 줄었다. 즉, 여성 리더십이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긍정적 외부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은 인적자원 구성이 비효율적으로 돼 궁극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회사의 가치 극대화를 위해서 남녀의 생산성은 동일한 잣대로 평가돼야만 한다.
이 연구의 중요한 시사점은 여성 CEO가 여성 친화적 조직문화를 가져오고, 이는 노동시장의 왜곡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남녀 모두 평등하게 임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유리천장도 제거되면 자연스레 여성 임원도 늘어날 것이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도 상승시킨다.
엄찬영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