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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의 정치해부학]‘진실한 정치인’ 어떻게 가려낼 건가

입력 | 2015-11-20 03:00:00


박성원 논설위원

한국계 부인을 둬 ‘한국 사위’라 불리는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16일 “믿기지 않지만 오늘로 나는 100% 암 완치 상태”라고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투병 과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공직자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호건 주지사는 투병 중에도 업무를 계속하면서 화학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모습을 공개했다.


‘꼬붕심기’ 공천에만 맡기면

호건 주지사에 대한 주민의 신뢰는 투명성에서 나왔다. 암에 걸린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머리 빠진 화학치료 과정까지 공개하며 암 완치를 선언했기에 주지사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주민이 했을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선 국회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호건 주지사 같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의 책무는 소홀히 하고 온갖 저질 추태와 정략만 난무한다.

심학봉 의원은 국회 상임위가 열리는 시간에 호텔에서 40대 여성 보험설계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지난달 자진사퇴했지만 회의 시간에 다른 데서 딴짓하는 의원들은 그뿐이 아니다. 동아일보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012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분석한 결과 국회 본회의가 시작될 때 평균 출석률은 90.6%였다. 하지만 실제로 본회의장을 지키며 토론·표결에 참여한 의원 비율은 64.8%에 그쳤다. 지난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본회의 표결 참여율은 94.2%였다

국회에 출석해 법안 많이 발의한다고 성실한 의원이란 보장은 없다. 지난 국정감사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자신의 지역구에 ‘사회공헌’ 활동(기금)을 많이 해달라거나, 사회복지사협회장을 상대로 “회장님, ‘물건’ 좀 꺼내보라”며 갑질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에서는 서로 지역구 민원 예산을 끼워넣으려는 의원들의 위원 참여를 막지 못하고 정원보다 1명을 더 배정한 뒤 매일 한 사람씩 순번제로 빠지게 하는 ‘쪽지 의원’까지 등장했다. ‘홍어×’ ‘귀태’와 같은 막말로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의원, 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각종 비리 연루 의원들 역시 솎아내야 할 암적 존재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배신의 정치 심판’과 ‘진실된 사람 선택’은 유승민 의원과 그에 가까운 대구지역 의원들처럼 대통령 말을 잘 안 듣는 의원 축출과 청와대 내각 출신의 ‘박근혜 키즈’ 꽂아넣기로 들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집착하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는 개혁·변화보다는 현역 의원 기득권 지켜주기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으로 관철시킨 현역 의원 20% 잘라내기와 전략공천은 호남·중진 물갈이와 친노 인사 공천용이라는 의심이 든다.


2016년版 낙천·낙선운동을

여야를 막론하고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웰빙국회, 갑질국회, 사오정국회, 불량국회의 진정한 물갈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시민이 중심이 돼 2016년판 낙천·낙선운동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들의 출결과 통과시킨 법안, 막말 갑질 등 저질 구태 여부, 법과 도덕성 위반 같은 주요 행적을 당사자의 해명과 함께 선관위나 유권자운동 단체의 홈페이지에 띄워주면 어떨까? ‘전략공천’이든 ‘오픈프라이머리’든 모두 권력자들의 ‘꼬붕심기’에 불과하다면 유권자들이라도 직접 나서야 할 것 같다. 덜 나쁜 인물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