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승찬의 SNS 민심]“테러범들에게 분노를 선물하지 않겠다”

입력 | 2015-11-20 03:00:00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당신들에게 내 분노를 선물하지 않겠다.”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로 아내를 잃은 남편이 이번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국가(IS)에 보낸 편지가 여러 누리꾼에 의해 퍼져 나갔다. 그는 이 편지에서 “(당신들은) 내 분노를 얻고 싶었겠지만, 분노와 증오를 당신들에게 돌려주는 건 죽은 희생자들을 당신들과 똑같은 무지한 존재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내 조국의 사람들을 불신하게 만들고 안전을 위해 자유를 희생하게 하려고 내가 겁먹기를 바라겠지만, 당신들은 실패했다”고 말해 많은 이의 가슴을 울렸다.

13일 밤 파리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로 129명이 사망하고 99명의 중상자를 포함해 352명이 부상을 당했다. 세계가 경악했고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프랑스 국기로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등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kken****이 올린 “파리가 조명을 껐을 때 세계는 빛을 비췄다”는 트윗은 7826회 리트윗됐다. 이 트윗은 불 꺼진 에펠탑 주위로 프랑스 국기를 새겨 넣은 세계 주요 빌딩들 사진을 첨부했다.

테러 다음 날인 14일부터 19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 ‘파리 테러’를 언급한 문서는 모두 34만6140건이 검색됐다. 14일 하루에만 15만3109건이 검색돼 한국에서도 테러 충격이 강렬했음을 보여줬다. 충격, 최악, 피해, 분노 등의 심리 연관어들이 포진했으며 희생자들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모’라는 키워드가 빠르게 늘어났다.

파리 테러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차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IS 소행이라고 밝혔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가를 취소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auro*****는 “파리 공격 직후 프랑스 정부는 시민들에게 ‘문을 열어 위험으로부터 도망친 사람들을 위한 피난처를 제공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칭찬해 3000회가 넘는 호응을 얻었다. 2위는 테러를 자행한 IS가 차지했다. @amin****은 “이번 파리 테러 사태를 (두고) 난민들 탓하지 마세요. 오히려 난민들이야말로 그들(IS)을 피해 도망쳐 온 사람들이라는 걸 왜 모르는 거예요?”라는 글을 인용해 1000회 가까운 리트윗을 기록했다. 또 @bwv8****는 위키리크스 말을 빌려 “IS의 파리 테러 목표는 프랑스 내 이슬람 탄압을 유도, 탄압받는 무슬림의 과격화를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슬림 테러가 늘어나면 서방세계와 무슬림의 공존을 뜻하는 그레이존이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전체 연관어 3위엔 옷이, 5위엔 G20이 올랐다. 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박근혜 대통령이 흰색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이 비판적으로 회자됐다. @kbas****는 “파리 테러 이후 G20, 보통 어두운 옷을 입는 게 예의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1만4454회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누리꾼은 대통령 의상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퍼 날랐다. 전체 연관어 4위는 사망이 차지했다. 누리꾼은 희생자들의 수가 늘어날 때마다 안타까움을 더했다.

6위엔 이슬람이 올랐다. 파리 테러가 세계적 관심을 끈 가운데 테러가 빈발하는 다른 국가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시리아 출신의 한 여성 아나운서는 트위터에 “경애하는 파리여, 당신이 본 범죄를 슬프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우리 아랍국가에서는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가 당신의 편이 되어주는 것을, 그저 부럽게 생각합니다”라며 아랍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7위부터 10위까지는 트위터, 폭력, 경찰, 충격이 차지했다. 파리 테러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그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9위에 오른 경찰은 14일 광화문 시위에서 사용된 물 대포와 관련된 것이 많았다. 18일부터는 한국의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전에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테러방지법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랑은 악을 희미하게 만든다(Love overshadows evil).”

89명의 사망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에서 공연했던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EODM)’이 참사 이후 처음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프랑스는 이번 테러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하고 있다. 유럽 내 시리아 난민들이 겪게 될 고초와 테러의 악순환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단순한 분노와 증오를 넘어 진짜 평화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희생자들을 추모한다. ‘RIP(Rest In Peace·편히 잠들기를).’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